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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지혈제로 쓰이던 트라넥삼산이 먹고 발라 기미를 옅게 하는 원리와 경구 외용의 차이

By Dr. Lee5 min read

트라넥삼산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으면 대부분 낯설어합니다. 그런데 이 성분은 원래 미용과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쓰여온 약입니다. 1962년 일본에서 처음 발표된 이래 60여 년간, 수술 후 출혈을 줄이거나 생리량이 많은 여성의 하혈을 조절하려고 병원에서 처방해온 지혈제였습니다.

그런데 이 지혈제를 먹던 환자들에게서 우연히 기미가 옅어지는 변화가 관찰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피를 멎게 하는 성분이 왜 얼굴의 색소침착과 관련이 있는지, 그 연결고리를 짚어보면 트라넥삼산이 기미에 쓰이는 이유가 자연스럽게 이해됩니다.

기미는 왜 그냥 색소 문제가 아닐까?

기미를 단순히 멜라닌 색소가 많이 쌓인 상태라고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기미가 있는 피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멜라닌만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기미 부위는 멜라닌을 만드는 세포인 멜라닌세포가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 상태입니다. 여기에 자외선, 여성호르몬, 열 자극 같은 요인이 겹치면 멜라닌세포가 색소를 계속 더 만들어내라는 신호를 받습니다. 게다가 기미 부위의 피부는 정상 피부보다 혈관이 더 많고 활발하게 반응한다는 특징도 함께 보고되어 있습니다. 즉 색소를 만드는 신호와 혈관 반응, 두 가지가 함께 얽혀 있는 것이 기미의 실제 모습입니다.

비유하자면 기미는 피부에 작은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고 계속 남아 있는 상태와 비슷합니다. 불씨가 있으니 연기(색소)도 나고 주변 온도(혈관 반응)도 함께 올라가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연기만 닦아내는 방식으로는 얼마 못 가 다시 짙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트라넥삼산이 주목받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두 가지 경로 모두에 관여할 수 있다는 점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멜라닌 생성 신호를 왜 누를 수 있을까?

우리 몸에는 플라스민이라는 효소가 있습니다. 이 효소는 원래 피가 굳어 생긴 혈전을 녹이는 역할을 하는데, 피부 표피층에서도 늘 조금씩 활동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플라스민이 피부에서 또 다른 일도 함께 한다는 점입니다.

플라스민은 각질세포를 자극해서 멜라닌세포를 활성화시키는 물질들을 만들어내게 합니다. 쉽게 비유하면 플라스민은 멜라닌세포에게 색소를 더 만들라고 전달하는 심부름꾼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자외선을 쬐거나 자극을 받으면 이 심부름꾼의 활동이 늘어나고, 결국 멜라닌 생산량도 함께 늘어나서 기미가 짙어집니다.

트라넥삼산은 바로 이 플라스민이 만들어지는 첫 단계를 막습니다. 플라스민은 플라스미노겐이라는 물질이 활성화되어야 만들어지는데, 트라넥삼산이 이 활성화 과정에 끼어들어 플라스민의 양 자체를 줄여버립니다. 심부름꾼의 숫자를 줄이니 멜라닌세포에 전달되는 자극 신호도 함께 줄어드는 것입니다. 이렇게 신호가 약해지면 새로 만들어지는 멜라닌의 양도 자연히 줄어들게 됩니다.

예를 들어 여름철 바닷가에서 하루 종일 햇볕을 쬔 다음 날 기미가 유독 진해 보이는 경우가 흔한데, 이 역시 자외선이 피부 속 플라스민의 활동을 늘려 심부름꾼의 숫자 자체가 갑자기 불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심부름꾼이 많아진 만큼 멜라닌세포로 전달되는 자극 신호도 그만큼 커지는 셈입니다.

혈관 인자는 왜 함께 조절해야 할까?

앞서 말했듯 기미 부위는 혈관이 유독 활발합니다. 이 혈관들은 단순히 피부에 혈액을 공급하는 통로가 아니라, 혈관 세포 자체가 주변 멜라닌세포를 자극하는 물질들을 함께 분비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혈관을 새로 만들라는 신호 물질과 혈관을 수축시키는 신호 물질입니다.

이 물질들이 기미 부위에서 더 많이 나온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었습니다. 혈관 쪽 신호가 늘어나면 그만큼 멜라닌세포도 더 자극을 받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트라넥삼산은 플라스민을 줄이는 과정에서 이 혈관 자극 신호들도 함께 억제하는 효과를 보인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얼굴이 살짝 상기되거나 열감이 있을 때 기미가 유독 도드라져 보인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은데, 이 역시 혈관 쪽 신호가 늘어나면서 멜라닌세포가 함께 자극받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미 관리에서 열감이나 자극을 피하라는 이야기가 함께 따라붙는 것입니다.

기미를 색소 하나로만 다루면 절반만 건드리는 셈입니다. 트라넥삼산은 색소를 만드는 신호와 혈관을 자극하는 신호 두 가지를 함께 눌러준다는 점에서 기존 미백 성분들과 접근 방식이 다릅니다.

경구와 외용은 왜 효과가 다를까?

트라넥삼산은 먹는 방식과 바르는 방식 모두로 쓰이는데, 이 둘은 몸에 도달하는 경로가 완전히 다릅니다.

먹는 트라넥삼산은 소화기관을 거쳐 혈액으로 흡수된 뒤 온몸을 돌아 피부에 도달합니다. 혈액을 타고 가기 때문에 얼굴 전체, 심지어 눈에 잘 안 띄는 옅은 기미 부위까지 골고루 성분이 전달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만큼 효과가 상대적으로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보고가 많습니다.

반면 바르는 트라넥삼산은 피부 표면에서 진피층까지 스며들어야 하는데, 트라넥삼산 분자 자체가 크고 물에 잘 녹는 성질이라 각질층을 그냥 통과하기 어렵습니다. 비유하자면 덩치 큰 가구를 좁은 문틈으로 밀어 넣으려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문을 억지로 밀어붙이기보다는 문을 살짝 넓히거나 다른 통로를 내주는 편이 훨씬 수월합니다. 그래서 바르는 제형은 흡수를 돕는 보조 성분을 함께 배합하거나, 마이크로니들링처럼 피부에 미세한 통로를 내는 시술과 병행해야 효과가 더 잘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대신 온몸으로 퍼지지 않고 바른 부위에만 작용하기 때문에 전신 부작용에 대한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왜 다른 미백 성분과 병행하기도 할까?

하이드로퀴논이나 나이아신아마이드 같은 성분은 멜라닌이 만들어지는 효소 단계를 직접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반면 트라넥삼산은 그보다 앞선 단계, 즉 멜라닌세포에게 색소를 만들라고 전달되는 자극 신호 자체를 줄이는 방식입니다.

작용하는 지점이 다르다 보니 두 가지 접근을 함께 쓰면 서로 다른 경로에서 색소 생성을 눌러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 많습니다. 실제로 피부과 진료에서 트라넥삼산을 다른 미백 성분과 함께 처방하거나 병행하는 경우가 흔한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비유하자면 하이드로퀴논이나 나이아신아마이드는 공장에서 색소를 조립하는 기계 자체를 느리게 돌리는 방식이고, 트라넥삼산은 그 공장에 원료를 발주하는 신호를 줄이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발주 신호와 조립 속도를 동시에 늦추면, 한 가지만 건드릴 때보다 최종적으로 만들어지는 색소의 양이 더 줄어드는 구조가 되는 셈입니다.

한 가지 성분만 3개월에서 4개월 이상 쓰면 피부가 거기에 적응해 효과가 서서히 무뎌지는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작동하는 지점이 서로 다른 성분을 같이 쓰면 이런 정체 구간에서도 다른 경로가 계속 작동해줄 여지가 남는다는 점도 병행이 흔히 권장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트라넥삼산은 원래 혈전을 녹이는 효소를 막는 약이기 때문에, 반대로 생각하면 혈액이 평소보다 잘 굳는 쪽으로 균형이 살짝 기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래 사항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 혈전이 생긴 적이 있거나 혈전 위험이 높은 질환을 가진 사람은 복용 전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합니다. 혈전을 녹이는 작용을 억제하는 약이라, 혈전 성향이 있는 경우 위험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 다리 정맥에 혈전이 생긴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몸이 혈전을 스스로 녹이는 힘이 약해지는 방향으로 균형이 기울면서 재발 위험이 더 커질 수 있어 자기 판단으로 시작하면 안 됩니다.
  • 임신 중이거나 임신 계획이 있는 경우에는 의료진의 판단이 먼저입니다. 호르몬 변화가 큰 시기라 약물 사용 여부를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 경구 복용 시 속쓰림이나 소화불량 같은 위장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식후 복용으로 완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 바르는 제형은 상대적으로 전신 부담이 적지만, 마이크로니들링 등과 병행할 때는 시술 부위 자극이나 홍조가 일시적으로 생길 수 있어 시술 전후 관리가 필요합니다.

기미는 자외선 노출이나 호르몬 변화에 따라 다시 짙어질 수 있는 특성이 있어서, 트라넥삼산을 쓰더라도 자외선 차단을 꾸준히 병행하는 것이 함께 권장되고 있습니다. 성분 하나로 완전히 해결하기보다, 신호를 눌러주는 약물과 자극을 줄이는 생활 습관을 같이 가져가는 방식이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흔히 권장되는 접근입니다.

References

Korean Dermatological Association, 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 (MFDS),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AAD), and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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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article

진료하는 미용 의사가 작성했으며 일반적인 교육 목적입니다. 개인별 의학적 조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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