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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gment

안 빠지는 난치성 기미에 여러 레이저를 겹쳐 쓰는 스태킹, 원리와 주의점, 회차 정리

By Dr. Kim5 min read

기미는 웬만한 색소 질환 중에서도 유독 끈질기기로 유명합니다. 레이저 토닝을 3개월에서 6개월씩 받아도 흐려졌다 다시 진해지기를 반복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한 가지 장비만 쓰지 않고, 성질이 다른 여러 치료를 순서대로 겹쳐 쓰는 스태킹(stacking, 여러 치료를 쌓아 함께 진행하는 방식)이 자주 언급됩니다.

왜 기미는 한 가지 방법으로 잘 안 잡히는 걸까요. 그리고 여러 치료를 겹치면 정말 다른 결과가 나오는 걸까요. 기미가 재발하는 원리부터 스태킹의 논리, 주의할 점까지 순서대로 풀어봅니다.

기미는 왜 유독 재발이 잦을까?

피부에는 멜라닌세포(melanocyte, 색소를 만드는 세포)라는 작은 공장이 곳곳에 있습니다. 이 공장은 자외선을 받거나 열을 받으면 더 열심히 색소를 찍어냅니다. 기미가 있는 피부는 이 공장이 원래부터 예민하게 세팅되어 있어서, 아주 약한 자극에도 쉽게 다시 가동됩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기미 병변에서는 피부 아래 얇은 막인 기저막(basement membrane, 표피와 진피를 나누는 경계막)이 군데군데 약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막에 틈이 생기면 표피에 있던 멜라닌 색소가 그 아래 진피로 흘러 내려갑니다. 진피로 내려간 색소는 표면에서 벗겨져 나가지 않고 그 자리에 눌러앉기 때문에, 치료해도 잘 옅어지지 않고 재발도 잦습니다. 물감이 종이 겉면에 묻었을 때는 닦아내면 지워지지만, 종이 속까지 스며들면 아무리 문질러도 잘 안 지워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그래서 기미는 다른 색소보다 유독 더디고 끈질기게 느껴집니다.

토닝 레이저만으로는 왜 한계에 부딪힐까?

레이저 토닝(low-fluence Q-switched laser, 낮은 출력을 1주에서 2주 간격으로 5회에서 10회 이상 나눠 쏘는 레이저 방식)은 표피 쪽 멜라닌을 부수는 데는 효과적입니다. 한 번에 강한 힘을 주지 않고 매 세션 아주 약하게 나눠 주기 때문에 부작용은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기미의 색소 일부는 이미 진피로 내려가 있고, 그 주변엔 혈관 문제까지 겹쳐 있습니다. 토닝은 표피 색소 정리에는 강하지만, 진피 색소나 혈관 쪽까지는 손이 잘 닿지 않습니다. 그래서 토닝만 오래 반복해도 어느 시점부터는 더 이상 흐려지지 않는 정체기가 오는 경우가 흔합니다. 처음 5회에서 6회는 눈에 띄게 옅어지다가, 이후로는 아무리 반복해도 그대로인 경험을 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진피에 눌러앉은 색소와 혈관 문제는 토닝의 손이 닿지 않는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방식을 겹쳐 쓰는 스태킹, 어떤 논리일까?

기미는 표피 색소, 진피 색소, 혈관, 그리고 예민해진 멜라닌세포까지 여러 문제가 동시에 얽혀 있는 상태입니다. 한 가지 열쇠로는 여러 자물쇠를 다 열 수 없는 것과 비슷합니다.

스태킹은 이 문제들을 각각 잘 다루는 장비를 순서대로 배치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저출력 토닝으로 표피 색소를 정리하고, 혈관을 겨냥하는 레이저로 붉은 기와 혈관 인자를 함께 눌러주고, 여기에 미백 성분을 바르거나 먹는 약을 더하는 식입니다. 각 치료가 서로 다른 지점을 맡아 나눠 공략하는 셈입니다.

같은 날 모든 장비를 다 쓰는 것이 아니라, 회차마다 비중을 다르게 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떤 회차는 색소 쪽에 무게를 두고, 다른 회차는 혈관 쪽에 무게를 두는 식으로 리듬을 조절합니다. 예를 들어 색소가 유난히 진해 보이는 시기에는 색소 레이저 비중을 높이고, 얼굴이 붉어 보이는 시기에는 혈관 레이저 비중을 높이는 식입니다. 이렇게 나눠 진행하면 피부가 한 번에 받는 자극이 줄어들고, 회복할 시간도 함께 벌 수 있습니다.

혈관 인자까지 함께 다스리는 이유는?

기미 병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상 피부보다 작은 혈관이 훨씬 더 많이 자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혈관들은 단순히 혈색을 붉게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혈관을 타고 온 여러 신호 물질이 근처 멜라닌세포에게 색소를 더 만들라는 자극을 계속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말하자면 혈관이 색소 공장에 원료와 지시를 배달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색소만 없애고 이 혈관을 그대로 두면, 시간이 지나 다시 신호가 전달되면서 기미가 재발하기 쉽습니다. 혈관레이저(pulsed dye laser, 혈액 속 헤모글로빈에 반응하는 레이저)나 IPL(intense pulsed light, 여러 파장이 섞인 빛을 쏘는 장비)을 스태킹에 함께 넣는 것은 바로 이 통로를 같이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사우나에서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매운 음식을 먹은 뒤 볼이 달아오르면 기미가 순간적으로 더 진해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혈관이 확장되면서 신호 전달이 늘어난 결과로 설명됩니다.

약물 치료는 어떤 역할을 맡을까?

레이저가 이미 만들어진 색소를 부수는 쪽이라면, 바르는 약과 먹는 약은 멜라닌세포가 색소를 만드는 과정 자체를 눌러주는 쪽입니다. 하이드로퀴논(hydroquinone, 멜라닌을 만드는 효소를 억제하는 미백 성분)은 색소 공장의 생산 라인 자체를 늦추는 역할을 합니다.

트라넥삼산(tranexamic acid, 혈관과 염증 신호를 줄여 색소 생성을 억제하는 성분)은 앞서 말한 혈관 쪽 신호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경구로 복용하거나 국소로 바르는 방식이 함께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레이저로 눈에 보이는 색소를 정리하는 동안, 약물이 뒤에서 새로운 색소가 덜 만들어지도록 받쳐주는 구조입니다. 쉽게 말해 레이저가 이미 쌓인 재고를 치우는 역할이라면, 약물은 공장의 생산 속도 자체를 늦추는 역할을 나눠 맡는 셈입니다.

과한 자극이 오히려 기미를 키우는 이유는?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나옵니다. 기미가 있는 멜라닌세포는 원래도 예민한데, 레이저를 너무 강하거나 너무 자주 쏘면 그 열 자체가 자극이 되어버립니다. 이때 피부는 상처를 입었다고 인식하고 염증 반응을 일으킵니다.

염증은 멜라닌세포에게 색소를 더 만들라는 강한 신호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기미를 없애려고 강하게 밀어붙인 치료가, 오히려 새로운 색소침착(PIH, post-inflammatory hyperpigmentation, 염증 뒤에 남는 색소침착)을 만들어내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스태킹에서 여러 장비를 쓴다고 각 장비를 다 강하게 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개별 출력은 낮추고 역할을 나눠 자극의 총량을 조절하는 방향이 안전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가령 여행에서 햇볕에 살짝 그을린 직후에 레이저를 세게 쏘면, 색소가 옅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진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외선 노출이 심했던 직후는 피하고, 피부가 충분히 차분해진 상태에서 다음 회차를 잡는 것이 안전합니다.

스태킹은 몇 회, 어떤 간격으로 진행할까?

  • 치료 간격: 보통 4주에서 6주 정도 여유를 둡니다. 레이저로 자극받은 피부가 진정되고 새로운 색소가 다시 안정되는 데 그 정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너무 자주 반복하면 자극이 쌓여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 총 회차: 흔히 5회에서 10회 이상을 두고 장기전으로 접근합니다. 색소가 표피와 진피에 걸쳐 있고 혈관 인자까지 얽혀 있어서, 한두 번에 끝나기보다 조금씩 여러 겹을 벗겨내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 유지 관리: 기미가 흐려진 뒤에도 자외선 차단과 저강도 유지 치료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멜라닌세포는 한 번 예민해지면 완전히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고, 자극이 다시 쌓이면 재발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여름철처럼 자외선이 강한 시기에는 색소가 다시 자극받기 쉬우므로, 이 시기에는 회차 간격을 조금 더 여유 있게 잡거나 유지 치료 비중을 높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자외선이 약한 겨울에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치료 간격을 좁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스태킹 전 꼭 확인해야 할 것들

기미는 사람마다 색소가 표피에 더 몰려 있는지, 진피까지 내려가 있는지가 다릅니다. 그래서 스태킹을 시작하기 전에 우드등이나 피부 사진 등으로 색소가 어느 층에 있는지 먼저 확인하는 과정이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색소가 표피에만 몰려 있다면 레이저 비중을 조금 더 높여 볼 수 있지만, 진피까지 깊게 내려가 있다면 약물 비중을 늘리고 레이저는 낮은 출력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식으로 계획 자체가 달라집니다.

또한 스태킹은 여러 치료를 순서대로 쌓는 만큼, 한 명의 의료진이 전체 계획을 일관되게 짜고 진행 상황을 보며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료 중간에 오히려 색소가 진해지거나 붉은기가 늘어난다면, 자극이 과했다는 신호일 수 있으므로 다음 회차 전에 반드시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기미는 완치라는 개념보다 관리라는 개념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스태킹으로 색소를 상당히 옅게 만든 뒤에도, 자외선 차단과 저강도 유지 관리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재발을 늦추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References

Korean Dermatological Association, 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 (MFDS),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AAD), and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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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article

진료하는 미용 의사가 작성했으며 일반적인 교육 목적입니다. 개인별 의학적 조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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