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아신아마이드가 미백과 장벽 강화 두 가지를 함께 해낸다는 원리와 효과, 농도 정리
By Dr. Lee4 min read

화장품 성분표를 보다 보면 나이아신아마이드(niacinamide)라는 이름을 유독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미백 에센스에도 들어 있고, 진정 크림에도 들어 있고, 심지어 트러블 케어 제품에도 들어 있습니다. 한 가지 성분이 이렇게 여러 목적으로 쓰이는 걸 보면 뭔가 애매하게 만능이라고 광고하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법도 합니다.
그런데 나이아신아마이드가 여러 제품에 들어가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이 성분은 피부에서 두 가지 서로 다른 통로로 작용합니다. 하나는 색소가 만들어진 뒤 피부 표면으로 옮겨가는 길목을 막는 통로이고, 다른 하나는 피부를 감싸는 방어막을 튼튼하게 다시 짜는 통로입니다. 이 두 통로가 각각 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아래에서 하나씩 풀어서 설명합니다.
나이아신아마이드는 정확히 무엇일까?
나이아신아마이드는 비타민 B3 계열 성분입니다. 비타민 B3는 우리 몸이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 꼭 필요한 영양소인데, 나이아신아마이드는 그 비타민 B3가 몸속에서 활성 형태로 바뀐 형태 중 하나입니다.
피부 세포도 몸속 다른 세포와 마찬가지로 에너지를 만들고 물질을 합성하는 데 이 비타민 B3 계열 성분을 재료로 씁니다. 그래서 나이아신아마이드를 피부에 발라주면 세포가 스스로 색소를 처리하고 장벽 성분을 만드는 여러 과정에 재료 하나가 더 넉넉하게 공급되는 셈입니다. 특정 증상 하나만 딱 겨냥하는 성분이 아니라, 세포가 일하는 데 필요한 밑천을 보태주는 성분에 가깝습니다.
멜라닌은 어떻게 피부에 색을 남길까?
피부색을 결정하는 색소인 멜라닌은 멜라닌세포라는 특정 세포 안에서 만들어집니다. 이 색소는 처음 만들어질 때는 멜라닌세포 안에 작은 주머니 형태로 담겨 있습니다. 이 주머니를 멜라노좀이라고 부르는데, 색소가 담긴 작은 소포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문제는 멜라노좀이 멜라닌세포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주머니는 주변에 있는 각질형성세포, 즉 피부 표면을 이루는 세포로 건네지듯 옮겨갑니다. 택배 상자가 물류센터에서 각 가정으로 배송되듯, 색소 주머니가 멜라닌세포에서 표면 세포로 배송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렇게 배송된 멜라닌이 표면 세포 안에 쌓이면서 우리 눈에 보이는 기미나 잡티, 칙칙함으로 나타납니다.
나이아신아마이드가 멜라닌의 배송을 막는 원리
나이아신아마이드는 멜라닌 자체를 만들지 못하게 막는 성분은 아닙니다. 대신 앞서 설명한 배송 과정, 즉 멜라노좀이 멜라닌세포에서 각질형성세포로 건네지는 그 전달 단계를 늦추는 쪽으로 작용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멜라닌세포와 각질형성세포가 맞닿는 부위에는 두 세포가 신호를 주고받는 특정 경로가 있는데, 나이아신아마이드가 이 경로에 관여해 전달 속도를 늦춘다는 연구가 보고되어 있습니다. 택배로 비유하면 상자를 아예 못 만들게 막는 게 아니라, 물류센터에서 각 가정으로 나가는 배송 속도 자체를 늦추는 셈입니다. 배송이 느려지면 표면 세포에 쌓이는 색소의 양이 줄어들고, 그만큼 눈에 보이는 색소 침착도 옅어질 여지가 생깁니다.
미백 성분이 왜 장벽까지 함께 챙길까?
색소 침착과 피부 장벽은 얼핏 보면 서로 관계없는 주제처럼 보입니다. 하나는 색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수분과 보호막 문제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실제 피부에서는 이 둘이 자주 함께 얽혀서 나타납니다.
장벽이 약해진 피부는 자외선이나 외부 자극에 더 쉽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고, 그 반응 과정에서 염증 신호가 늘어나면 멜라닌세포도 함께 자극을 받아 색소를 더 많이 만들어내는 쪽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즉 장벽이 약한 피부일수록 색소 침착도 잘 생기고 잘 남는 경향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색소만 옅게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장벽까지 함께 다지는 접근이 나이아신아마이드처럼 두 통로를 동시에 가진 성분에서 특히 의미가 있습니다.
세라마이드는 어떤 과정으로 더 늘어날까?
피부 가장 바깥층은 벽돌과 그 사이를 메우는 시멘트로 이루어진 담벼락에 자주 비유됩니다. 벽돌 역할을 하는 것이 각질세포이고, 그 벽돌 사이를 메우는 시멘트 역할을 하는 것이 세라마이드를 비롯한 지질 성분입니다. 이 시멘트가 충분해야 담벼락 틈이 안 생기고, 그래야 수분이 덜 빠져나가고 외부 자극도 덜 들어옵니다.
나이아신아마이드는 각질형성세포가 이 세라마이드를 비롯한 지질을 합성하는 과정에 필요한 재료를 보태주는 역할을 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세포 안에서 지질을 만드는 효소들이 일할 때 나이아신아마이드가 그 대사 경로에 필요한 조효소 형태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시멘트를 만드는 재료 자체가 넉넉해지는 셈이니, 결과적으로 담벼락 틈이 줄어들고 장벽이 더 촘촘해질 여지가 생깁니다. 실제로 나이아신아마이드를 4주에서 12주간 꾸준히 바른 피부에서 각질층 지질 양이 늘고 경피수분손실이 줄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장벽이 단단해지면 홍조는 왜 가라앉을까?
장벽이 약해진 피부는 외부 자극 물질이 각질층 틈으로 쉽게 파고들고, 그 자극에 반응해 혈관이 확장되면서 얼굴이 쉽게 붉어지고 화끈거리는 증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세라마이드가 늘어나 담벼락 틈이 메워지면 이런 자극 물질이 파고드는 통로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자연히 홍조나 화끈거림이 가라앉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연결 고리를 세 가지로 나눠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세라마이드가 늘어나면 각질층 틈이 메워져 외부 자극 물질이 파고드는 통로가 줄어듭니다. 자극이 덜 들어오니 혈관이 확장될 이유도 함께 줄어듭니다.
- 경피수분손실이 줄면 피부 표면이 마르고 갈라지는 빈도가 줄어듭니다. 갈라진 틈은 그 자체로 자극에 취약한 약점이기 때문에, 이 틈이 줄면 예민 반응도 함께 줄어드는 경향이 보고됩니다.
- 나이아신아마이드가 염증을 유발하는 신호 물질의 분비를 낮춘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자극이 들어와도 그에 대한 반응 자체가 다소 누그러지면서, 붉어짐이 오래 남지 않고 가라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적정 농도는 몇 %가 좋을까?
나이아신아마이드는 농도가 무조건 높다고 효과가 비례해서 커지는 성분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화장품에서 많이 쓰이는 농도는 2%에서 5% 사이이며, 이 범위 안에서 색소 침착 개선과 장벽 강화 효과가 함께 보고된 연구가 여러 건 있습니다.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오히려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붉어지는 자극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특히 장벽이 이미 약해져 있거나 피부가 예민한 상태에서는 낮은 농도에서 먼저 2주에서 4주간 적응 기간을 두고, 자극 없이 잘 맞는 것을 확인한 뒤 서서히 농도를 올려가는 방식이 보다 안전한 접근으로 권장됩니다. 처음 쓰는 사람이라면 2% 안팎 제품으로 시작해 피부 반응을 지켜보는 편이 무난합니다.
다른 미백 성분과 함께 써도 괜찮을까?
나이아신아마이드는 멜라닌 배송 경로를 늦추는 방식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색소가 만들어지는 단계 자체를 억제하는 다른 성분과는 작용하는 지점이 다릅니다. 그래서 두 성분을 함께 쓰면 서로 다른 두 단계를 동시에 겨냥하는 조합이 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다만 여러 미백 성분을 한 번에 겹쳐 바르면 그만큼 피부에 가해지는 자극 부담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성분을 추가할 때는 한 번에 여러 개를 더하기보다 하나씩 순서대로 더해가며 피부 반응을 확인하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References
Korean Dermatological Association, 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 (MFDS),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AAD), and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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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article
진료하는 미용 의사가 작성했으며 일반적인 교육 목적입니다. 개인별 의학적 조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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