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병원마다 흔한 엑소좀 시술, 줄기세포도 아닌데 대체 왜 재생 효과를 낸다고 할까?
By Dr. Kim5 min read

요즘 피부과나 성형외과에서 레이저 시술을 받으면 그 직후에 엑소좀 앰플을 발라주거나 마스크로 흡수시켜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름만 들으면 줄기세포 시술처럼 들리는데, 사실 엑소좀 안에는 살아있는 세포가 하나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세포가 하나도 없는 이 작은 물질이 어떻게 재생 효과를 낸다고 하는 걸까요. 엑소좀은 세포와 세포 사이를 오가는 편지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피부 세포에게 회복하라는 신호를 전달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엑소좀의 정체, 세포가 만들어내는 신호 주머니
세포는 살아가면서 안에 있던 물질 일부를 밖으로 내보냅니다. 이때 세포막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면서 아주 작은 주머니가 만들어지는데, 이걸 세포외소포(extracellular vesicle)라고 부릅니다. 엑소좀(exosome)은 이 세포외소포 가운데서도 크기가 가장 작은 종류입니다. 지름이 30에서 150나노미터 정도로, 머리카락 굵기의 수백 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주머니라고 하면 텅 빈 풍선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 안에 성장인자(growth factor), 사이토카인(cytokine), 마이크로RNA 같은 여러 물질이 촘촘히 담겨 있습니다. 성장인자는 세포에게 자라라고 지시하는 단백질이고, 사이토카인은 염증이나 회복 반응을 조절하는 신호 물질입니다. 이런 물질을 세포 밖으로 안전하게 옮기려면 포장이 필요한데, 엑소좀이 바로 그 포장 상자 역할을 합니다.
줄기세포와 엑소좀은 무엇이 다를까?
시술 안내문에 줄기세포 배양액이라는 말과 엑소좀이라는 말이 함께 등장해서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둘은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줄기세포는 살아서 분열하고 다른 세포로 변할 수 있는 세포 자체를 말합니다. 반면 엑소좀은 그 줄기세포가 배양되는 과정에서 밖으로 분비해낸 부산물입니다.
즉 시술에 쓰이는 엑소좀 제품에는 살아있는 세포가 들어있지 않습니다. 세포가 일하면서 남긴 메시지 주머니만 걸러서 모은 것입니다. 그래서 세포를 직접 이식하는 시술보다 다루기가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살아있는 세포를 주입할 때 생길 수 있는 여러 위험 요소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엑소좀이 세포에게 신호를 전달하는 경로
엑소좀이 하는 일을 이해하려면 세포끼리 어떻게 대화하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세포는 서로 붙어있지 않아도 신호 물질을 주고받으며 소통합니다. 엑소좀은 이 소통에서 편지 봉투 같은 역할을 합니다. 안에 담긴 성장인자나 마이크로RNA 같은 내용물이 손상되지 않도록 막으로 감싸서, 목표로 하는 세포까지 안전하게 운반합니다.
목표 세포에 도착한 엑소좀은 그 세포막에 달라붙거나, 세포 안으로 통째로 흡수됩니다. 봉투가 열리면서 안에 있던 메시지가 그 세포 안으로 전달되고, 세포는 이 메시지를 읽고 반응합니다. 예를 들어 회복하라는 메시지를 받은 섬유아세포(fibroblast, 콜라겐을 만드는 피부 속 세포)는 콜라겐을 더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보고됩니다.
엑소좀은 어떻게 목표 세포를 정확히 찾아갈까?
세포는 셀 수 없이 많은데, 엑소좀은 어떻게 엉뚱한 세포가 아니라 정확한 세포를 찾아갈까요. 비밀은 엑소좀 표면에 붙은 작은 단백질 조각에 있습니다. 이 단백질은 마치 택배 상자에 붙은 주소 라벨과 비슷합니다.
목표로 삼은 세포의 표면에는 그 라벨과 딱 맞물리는 자물쇠 같은 수용체(receptor)가 있습니다. 열쇠와 자물쇠가 서로 맞아야 문이 열리듯, 엑소좀 표면의 단백질과 세포의 수용체가 맞아떨어져야만 신호가 안으로 전달됩니다. 그래서 아무 세포에나 무작정 달라붙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상대를 골라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재생과 진정 신호는 구체적으로 어떤 원리일까?
엑소좀 안에 담긴 성장인자 중에는 콜라겐과 엘라스틴 같은 피부 탄력 단백질을 만들라고 지시하는 종류가 있습니다. 콜라겐은 피부를 받치는 기둥 같은 단백질이고, 엘라스틴은 그 기둥 사이를 이어주는 고무줄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런 지시를 받은 섬유아세포가 활발히 움직이면, 피부 속 구조가 다시 채워지는 방향으로 반응이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동시에 엑소좀에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신호를 담은 사이토카인도 들어있습니다. 피부가 자극을 받으면 면역세포가 몰려들어 붉어지고 화끈거리는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데, 이때 진정 신호가 전달되면 이 반응이 빨리 가라앉는 방향으로 조절된다고 보고됩니다. 재생 신호와 진정 신호가 함께 담겨 있다는 점이, 엑소좀이 회복과 진정을 동시에 돕는다고 설명되는 이유입니다.
레이저 시술 뒤에 엑소좀을 함께 쓰는 이유
레이저나 미세바늘 시술을 받으면 피부 표면에 아주 작은 상처나 미세한 통로가 생깁니다. 평소라면 피부 가장 바깥층인 각질층이 촘촘한 벽처럼 막고 있어서 큰 분자가 피부 속으로 잘 들어가지 못합니다. 그런데 시술 직후에는 이 벽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틈이 생기기 때문에, 평소보다 흡수가 잘 되는 시간대가 만들어집니다.
이 틈을 이용해 엑소좀을 발라주면, 신호 물질이 피부 얕은 층까지 더 쉽게 닿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레이저로 자극받은 피부는 마침 회복 반응이 활발히 일어나는 상태입니다. 이때 재생과 진정 신호가 더해지면 붉어짐이나 따가움이 가라앉는 속도, 회복하는 흐름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됩니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레이저 시술 직후 앰플이나 마스크 형태로 엑소좀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흡수가 잘 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피부 장벽은 2시간에서 4시간 안에 스스로 복구를 시작하기 때문에, 시술이 끝난 직후 30분에서 1시간 안에 발라야 흡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병원에서 시술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앰플이나 마스크를 얹어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왜 하필 요즘 들어 이런 시술이 늘었을까?
엑소좀이라는 존재 자체는 세포생물학에서 수십 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용 시술로는 왜 최근 5년에서 10년 사이에야 등장했을까요. 이유는 뜻밖에 간단합니다. 크기가 워낙 작다 보니, 세포 찌꺼기나 다른 물질과 섞이지 않게 순수한 엑소좀만 골라내는 기술이 예전에는 부족했습니다.
최근 들어 초원심분리(ultracentrifugation)나 정밀 여과 같은 분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비로소 순도 높은 엑소좀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게 됐습니다. 여기에 냉동 보관 기술도 같이 좋아지면서, 병원에서 앰플 형태로 유통하고 보관하는 일이 가능해졌습니다. 기술이 먼저 따라온 뒤에야 시술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셈입니다.
지금까지 쌓인 근거는 어느 수준일까?
엑소좀이 세포 간 신호를 전달한다는 기본 원리 자체는 세포생물학에서 오래전부터 확인된 내용입니다. 다만 미용 목적으로 피부에 바르거나 시술에 함께 쓰는 방식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세포 배양 실험이나 소규모 임상 관찰에서 콜라겐 생성이나 회복 속도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들이 나오고 있지만, 대규모로 1년 이상 추적한 연구는 아직 많지 않습니다.
또 하나 알아둘 점은 엑소좀 제품마다 어떤 세포에서 추출했는지, 어떻게 정제했는지가 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원료가 되는 세포와 정제 방식에 따라 안에 담긴 성분 구성이 달라질 수 있어서, 제품 간 효과를 그대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술은 완성된 치료법이라기보다, 계속 연구가 쌓이고 있는 보조적인 회복 관리 방법으로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시술을 고려한다면 무엇을 확인하면 좋을까?
- 어떤 세포에서 유래한 엑소좀인지 확인합니다. 원료 세포에 따라 담긴 신호 물질의 구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등록된 정식 화장품 또는 의료기기로 관리되는 제품인지 확인합니다. 관리 체계 밖의 제품은 정제 과정과 성분이 표준화돼 있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레이저나 미세바늘 시술과 함께 진행할 계획이라면, 시술 직후 흡수를 돕는 용도로 안내받는지 확인합니다. 손상된 피부 장벽이 열려 있는 시술 직후 30분에서 1시간 사이에 사용해야 흡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엑소좀은 세포 자체가 아니라, 세포가 만들어낸 신호 물질을 골라 담은 작은 주머니입니다.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재생과 진정을 동시에 돕는다는 점에서 최근 시술에 자주 쓰이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연구가 쌓여가는 단계인 만큼, 제품과 병원을 꼼꼼히 확인하고 시작하는 편이 좋습니다.
References
Korean Dermatological Association, 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 (MFDS),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AAD), and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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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하는 미용 의사가 작성했으며 일반적인 교육 목적입니다. 개인별 의학적 조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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