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노화 피부, 레티노이드와 비타민C 효과와 관리법
By Dr. Kim4 min read

오랫동안 햇볕에 노출된 피부는 그냥 나이가 든 피부와는 다르게 변합니다. 두 경우 모두 주름은 생기지만, 광노화는 여기에 기미나 잡티 같은 색소침착과 거친 결까지 함께 얹힙니다. 그래서 자외선으로 무너진 피부는 되돌리기 어렵다고 흔히 생각합니다. 하지만 피부 속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하나씩 뜯어보면 상당 부분은 실제로 되돌릴 여지가 있습니다. 무엇이 무너지고 무엇으로 되돌릴 수 있는지, 그 원리를 하나씩 짚어봅니다.
광노화는 자연 노화와 무엇이 다를까?
자연 노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세포 분열이 서서히 느려지고 콜라겐 생산량도 조금씩 줄어드는 과정입니다. 속도는 느리지만 얼굴 전체에 고르게 나타납니다. 반면 광노화는 햇볕에 많이 닿은 부위, 즉 이마와 광대, 코 주변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 다릅니다.
자외선이 피부 깊은 층까지 닿으면 세포 안에서 활성산소(반응성이 큰 불안정한 산소 조각)가 만들어집니다. 이 활성산소는 콜라겐 섬유와 세포 DNA를 직접 건드리며 손상을 냅니다. 그래서 같은 나이라도 자외선 차단을 꾸준히 한 피부와 그렇지 않은 피부는 겉모습 차이가 큽니다. 광노화의 핵심은 이 활성산소가 일으키는 연쇄 반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외선은 어떻게 콜라겐을 파괴할까?
자외선을 받은 피부세포 안에서는 AP-1이라는 전사인자(유전자의 스위치를 켜고 끄는 단백질)가 활성화됩니다. AP-1이 켜지면 MMP(matrix metalloproteinase, 콜라겐을 잘게 잘라내는 효소)를 만들라는 신호가 세포 곳곳으로 퍼집니다.
MMP가 늘어나면 이미 있던 콜라겐 섬유가 계속 잘려 나갑니다. 동시에 AP-1은 새 콜라겐을 만들라는 신호(TGF-베타 경로)를 억누르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양보다 부서지는 양이 더 많아지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 상태가 몇 년씩 반복되면 진피(피부 속 콜라겐이 자리한 층)가 점점 얇아지고, 탄력섬유는 가지런한 배열을 잃고 엉킨 실타래처럼 뭉칩니다. 이렇게 뭉친 탄력섬유가 늘어나는 현상을 광노화의 대표 소견 중 하나로 봅니다.
색소침착이 고르지 않게 생기는 이유
자외선은 콜라겐뿐 아니라 색을 만드는 세포에도 신호를 보냅니다. 멜라닌세포는 자외선을 막아내려고 멜라닌 색소를 더 많이 만드는데, 이 반응 자체는 피부를 보호하려는 정상 방어 작용입니다.
문제는 이 반응이 수십 년에 걸쳐 반복되면 얼굴 부위마다 멜라닌세포가 반응하는 정도가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티로시나제(멜라닌을 만드는 첫 단계를 담당하는 효소)의 활동이 부위별로 들쭉날쭉해지면서, 자외선에 자주 노출된 광대나 이마 쪽에 색소가 고르지 않게 쌓입니다. 이것이 기미처럼 경계가 흐릿하게 번지는 색소침착으로 나타나는 이유입니다. 즉 색소침착은 멜라닌이 늘어난 결과라기보다, 늘어나는 부위가 고르지 못해서 생기는 얼룩에 가깝습니다.
레티노이드는 광노화에 어떻게 작용할까?
레티노이드(비타민A 유도체 성분군)는 광노화를 되돌리는 대표 성분입니다. tretinoin은 앞서 설명한 AP-1의 활동을 억눌러서 MMP가 과도하게 만들어지는 것을 막습니다. 동시에 프로콜라겐(콜라겐이 되기 전 단계 단백질) 유전자를 더 활발히 읽도록 자극해서, 섬유아세포가 새 콜라겐을 만들도록 이끕니다.
즉 부수는 신호는 줄이고 만드는 신호는 늘리는, 양쪽에서 동시에 작용하는 성분입니다. retinol은 tretinoin과 성분이 다른데, 피부 안에서 효소 두 단계를 거쳐야 tretinoin과 같은 형태로 바뀝니다. 그만큼 작용이 더 느리고 순하지만, 방향은 같습니다. 실제로 광노화 피부에 tretinoin을 여러 달 바른 연구에서는 콜라겐이 새로 만들어진 양이 늘어난 반면, 바르지 않은 피부에서는 오히려 콜라겐이 줄어드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비타민C와 나이아신아마이드의 역할
비타민C는 콜라겐 사슬을 안정적으로 꼬아주는 효소(프롤릴 하이드록실라제)가 일하려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조효소입니다. 이 효소가 없으면 콜라겐 가닥이 제대로 꼬이지 않아 튼튼한 섬유로 완성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비타민C는 콜라겐을 직접 만들지는 않아도, 콜라겐이 제 모양으로 완성되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동시에 비타민C는 자외선이 만든 활성산소를 중화하는 항산화 작용도 합니다. 바르는 형태로 쓰면 광노화가 주로 일어나는 진피 상층부까지 비교적 높은 농도로 전달된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나이아신아마이드(비타민B3 유도체)는 결이 다른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멜라닌세포에서 만들어진 색소 알갱이가 각질세포로 넘어가는 과정을 늦춰서, 색소가 표면까지 쌓이는 양 자체를 줄입니다. 여기에 더해 피부 장벽을 강화하고 염증 반응을 가라앉히는 효과도 함께 보고됩니다.

효과는 언제부터 나타나고 얼마나 갈까?
변화가 나타나는 시간은 층마다 다릅니다. 피부 표면의 결이 매끄러워지고 거칠기가 줄어드는 정도는 대체로 4주 안팎이면 체감되기 시작합니다. 각질이 정리되고 수분 균형이 잡히는 시간이라 비교적 빠릅니다.
반면 진피 속 콜라겐이 실제로 새로 자리 잡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립니다. 새 콜라겐이 만들어지고 배치되고 서로 단단히 엮이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눈에 띄는 변화까지 3개월에서 6개월 정도가 필요하다고 보고됩니다. 장기간 사용을 추적한 연구에서는 10개월에서 12개월 동안 꾸준히 사용했을 때 콜라겐이 뚜렷하게 늘어난 결과도 확인된 바 있습니다.
다만 이 변화는 계속 관리해야 유지됩니다. 사용을 멈추면 자외선에 의한 손상 반응은 다시 시작되므로, 새로 만들어진 콜라겐도 서서히 줄어듭니다. 효과가 유지되는 기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꾸준히 관리한 경우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개선된 상태가 이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원래 손상 정도와 자외선 차단 습관에 따라 그 폭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광노화 관리 시 지켜야 할 네 가지
콜라겐을 만드는 신호를 아무리 켜도, 손상을 만드는 신호가 계속 들어오면 그 효과는 상쇄됩니다. 그래서 관리 순서에는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합니다.
- 자외선 차단제는 매일 사용합니다. 차단을 거르면 AP-1과 MMP가 다시 활성화되어 레티노이드나 비타민C가 만든 콜라겐이 그만큼 다시 분해되기 때문입니다.
- 레티노이드는 낮은 농도부터 천천히 늘립니다. 처음부터 고농도를 쓰면 각질세포 턴오버가 급격히 빨라지면서 자극과 홍조가 심해지고, 결국 꾸준히 이어가지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 보습은 반드시 함께합니다. 장벽이 약해진 상태로 성분을 계속 바르면 자극만 쌓이고, 성분이 제대로 작용할 여유가 생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 꾸준함이 결과를 가릅니다. 콜라겐이 눈에 보이게 쌓이기까지 몇 달이 걸리므로, 중간에 그만두면 그 시점에서 반응이 멈추고 다시 원래 속도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이 네 가지가 함께 지켜질 때, 레티노이드와 비타민C, 나이아신아마이드가 만드는 변화가 쌓일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성분 하나에 기대기보다 차단과 성분, 보습을 같이 챙기는 쪽이 훨씬 안정적으로 결과를 만듭니다.
References
Korean Dermatological Association,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AAD), and 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 (MF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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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article
진료하는 미용 의사가 작성했으며 일반적인 교육 목적입니다. 개인별 의학적 조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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