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콜라겐, 소화되면 다 분해될 텐데 정말 피부까지 도달해서 효과를 낼 수 있을까?
By Dr. Kim6 min read

콜라겐은 피부 속에서 건물을 받치는 기둥 같은 역할을 하는 단백질입니다. 진피 층 대부분이 이 기둥으로 채워져 있어서, 기둥이 튼튼하면 피부가 탄탄하고 처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이 기둥의 개수와 굵기가 조금씩 줄어들고, 그만큼 피부도 탄력을 잃습니다.
그래서 콜라겐을 먹어서 보충하자는 생각이 나왔습니다. 다만 여기서 자연스러운 의문이 생깁니다. 위와 장을 지나면서 단백질은 잘게 소화되는데, 그렇게 부서진 콜라겐이 정말 피부까지 가서 뭔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사실 이 질문은 콜라겐뿐 아니라 모든 단백질 보충제에 똑같이 적용됩니다. 몸속에 들어간 단백질이 원래 모양 그대로 목적지에 도착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답은 소화 과정에서 콜라겐이 정확히 어떤 형태로 남는지, 그리고 그 조각이 피부에서 무슨 역할을 하는지를 함께 봐야 풀립니다.
먹는 콜라겐, 위에 들어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콜라겐도 결국 단백질이라, 고기를 먹었을 때와 소화되는 원리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위에 들어가면 위산과 펩신이라는 소화 효소가 길게 이어진 콜라겐 사슬을 큼직하게 끊어냅니다.
이후 소장으로 넘어가면 트립신 같은 또 다른 효소들이 더 잘게 자릅니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장 세포 표면의 효소가 아주 작은 조각까지 분해합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콜라겐 대부분은 개별 아미노산이나, 아미노산 두세 개가 붙은 아주 작은 조각으로 바뀝니다. 그러니 먹은 콜라겐이 원래 모양 그대로 피부에 가서 붙는다는 생각은 사실과 다릅니다.
여기서 위산의 역할이 생각보다 큽니다. 위산이 콜라겐 단백질을 미리 풀어놓아야 그 다음 효소가 제대로 자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실타래를 먼저 느슨하게 풀어야 가위질이 쉬워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위산 분비가 원활한 상태가 소화의 첫 단추가 됩니다.
콜라겐 펩타이드란 정확히 무엇일까?
여기서 나오는 아미노산 두세 개짜리 작은 조각을 디펩타이드, 트리펩타이드라고 부릅니다. 어려운 말이지만, 그냥 아미노산 구슬 두세 개가 실에 꿰인 아주 짧은 목걸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콜라겐은 프롤린과 하이드록시프롤린이라는 특이한 아미노산이 반복되는 독특한 배열을 갖고 있습니다. 이 배열이 소화 효소가 완전히 자르기 어려운 구간을 만들어서, 다른 단백질보다 이런 작은 조각 형태로 혈액까지 남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콜라겐만의 이 특징이, 콜라겐 섭취를 그냥 고기 단백질 섭취와 다르게 이야기하는 이유입니다.
쉽게 풀면, 대부분의 단백질은 소화 효소 입장에서 아무 데나 자를 수 있는 매끈한 실입니다. 그런데 콜라겐은 세 칸마다 프롤린이 끼어 있는, 마디가 촘촘한 실과 비슷합니다. 효소가 이 마디 부분에서는 손을 대기 까다로워서, 결과적으로 두세 칸짜리 작은 매듭이 그대로 남는 비율이 높아지는 셈입니다.
분자량과 흡수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장 벽을 통과해서 혈액으로 들어가려면 크기가 작아야 유리합니다. 장세포 표면에는 아미노산이나 아주 작은 펩타이드만 통과시키는 전용 통로, 즉 일종의 문지기 역할을 하는 운반체가 있습니다. 이 문지기는 덩치가 큰 조각은 잘 들여보내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분자 콜라겐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분자량을 미리 잘게 쪼개둔 콜라겐일수록 이 문지기를 통과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논리입니다. 반대로 덩치가 큰 채로 남아 있는 조각은 흡수되지 못하고 그냥 다른 아미노산처럼 소화되어 몸의 일반 단백질 재료로 흩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원래 콜라겐 단백질 하나는 덩치가 매우 커서, 소화되지 않은 상태로는 장 벽을 애초에 통과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저분자 가공은 없던 흡수 경로를 새로 만든다기보다, 원래도 소화 과정에서 생기는 작은 조각의 비율을 미리 높여놓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문지기 역할을 하는 이 운반체는 사실 콜라겐만을 위한 통로가 아닙니다. 밥이나 고기를 먹었을 때 생기는 작은 펩타이드도 똑같이 이 통로를 씁니다. 다만 콜라겐은 앞서 말한 프롤린 마디 덕분에, 다른 음식보다 이 통로에 딱 맞는 크기의 조각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흡수된 펩타이드는 피부에서 어떤 신호를 보낼까?
여기가 이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흡수된 콜라겐 펩타이드는 혈액을 타고 진피까지 도달하는데, 이때 콜라겐을 만드는 세포인 섬유아세포에 그대로 벽돌 재료로 쓰이는 게 아니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대신 이 펩타이드가 섬유아세포 표면에 붙어서, 콜라겐과 히알루론산을 더 만들라는 일종의 신호를 전달한다는 이론이 있습니다. 동시에 MMP라는 효소, 쉽게 말해 콜라겐을 잘라내는 가위 역할을 하는 물질의 활동을 눌러준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즉 콜라겐 공장의 생산은 늘리고, 가위질은 줄이는 두 방향으로 동시에 작용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여기서 왜 굳이 작은 조각이 신호가 되는지 궁금할 수 있습니다. 세포 표면에는 특정 모양의 물질만 알아보는 수용체, 말하자면 자물쇠 같은 구조가 있습니다. 콜라겐에서 나온 특정 디펩타이드가 이 자물쇠 모양과 잘 맞아서, 마치 열쇠처럼 세포 안쪽에 생산 신호를 켜준다는 것이 지금까지 나온 설명입니다. 벽돌 재료로 직접 쓰이는 대신, 공장 스위치를 눌러주는 역할이라고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콜라겐을 직접 채워주는 것과는 뭐가 다를까?
필러나 콜라겐 주사는 완성된 재료를 그 자리에 바로 쌓아 넣는 방식입니다. 벽돌을 사서 직접 쌓는 것과 같습니다.
반면 먹는 콜라겐은 벽돌 자체를 넣어주는 게 아니라, 벽돌 공장인 섬유아세포에 일감을 지시하는 감독관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먹는다고 그 즉시 피부가 채워지지 않고, 몸이 스스로 콜라겐을 더 만들어내기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효과가 서서히, 그리고 꾸준히 먹었을 때 나타난다는 이야기가 여기서 나옵니다.
그렇다고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필러가 지금 당장 부피를 채우는 역할이라면, 먹는 콜라겐은 그 이후 피부가 스스로 관리되는 흐름을 도와주는 쪽에 가깝습니다. 두 접근이 겨냥하는 시점 자체가 다르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효과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어느 수준일까?
콜라겐 펩타이드를 8주에서 12주가량 먹은 뒤 피부 수분량과 탄력이 개선됐다는 무작위 대조 연구들이 여러 건 발표되어 있습니다. 신호전달 메커니즘 자체도 세포 실험과 동물 실험에서는 비교적 일관되게 뒷받침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대부분 참여자 수가 많지 않고, 관찰 기간도 짧게는 8주, 길게는 24주(6개월) 수준으로 짧은 편입니다. 또한 콜라겐 제조사가 연구비를 지원한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도 근거를 볼 때 함께 고려할 부분입니다.
연구마다 사용한 콜라겐의 원료, 즉 어류 유래인지 소나 돼지 유래인지, 가공한 분자량이 어느 정도인지도 제각각이라 결과를 하나로 묶어 말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원리 자체는 설득력이 있지만, 사람에게서의 체감 효과 크기는 아직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측정 방법도 함께 봐야 합니다. 연구자들은 보통 수분량은 각질층 수분 측정기로, 탄력은 피부를 눌렀다 뗄 때 되돌아오는 정도를 재는 기계로 확인합니다. 이런 기계 수치는 사람이 거울을 보고 느끼는 체감과 완전히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험실 수치가 좋게 나와도, 개인이 느끼는 변화는 그보다 더디거나 미묘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왜 사람마다 체감이 다를까?
같은 제품을 먹어도 사람마다 결과가 다르게 느껴지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 소화 흡수 능력의 개인차: 위산 분비량이나 장 건강 상태에 따라 펩타이드가 얼마나 잘 흡수되는지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 평소 단백질 섭취량: 이미 충분한 단백질을 먹고 있는 사람은 추가로 얻는 이득이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 섭취 기간: 피부 세포가 한 번 교체되는 주기가 보통 4주에서 8주가량 걸리기 때문에, 짧게 먹고 그만두면 신호가 쌓일 시간이 부족합니다.
- 나이와 호르몬 상태: 젊을 때는 섬유아세포 자체가 활발해서 신호를 받으면 반응이 빠른 편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같은 신호를 받아도 세포의 반응 속도 자체가 느려지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흡수 조건과 몸 상태, 그리고 얼마나 꾸준히 먹었는지가 겹쳐서 개인별 체감 차이를 만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남들과 비교하며 조급해하기보다, 내 몸 상태를 감안하고 충분한 기간을 두고 지켜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먹는 콜라겐, 어떻게 골라야 할까?
원리를 알고 나면 고르는 기준도 조금 더 분명해집니다.
- 저분자 펩타이드로 가공됐는지 확인: 앞서 설명한 것처럼 크기가 작아야 장의 문지기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 비타민C가 함께 들어 있는지 확인: 비타민C는 섬유아세포가 콜라겐을 실제로 조립하는 과정에 꼭 필요한 보조 재료로 알려져 있어, 신호만 받고 재료가 부족한 상황을 줄여줍니다.
- 최소 8주에서 12주는 꾸준히 먹을 계획을 세울 것: 피부 세포 turnover, 즉 새로 교체되는 주기 자체가 짧지 않아서, 1주나 2주 먹고 판단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 원료 표시를 확인할 것: 어류 유래인지 소나 돼지 유래인지에 따라 아미노산 배열이 조금씩 다르고, 알레르기 유무도 갈리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원료를 고르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 네 가지를 기준으로 삼으면 원리에 맞게 먹는 콜라겐을 고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참고로 콜라겐 젤리나 분말 겉면의 콜라겐 함량 숫자만 크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얼마나 잘게, 그리고 얼마나 흡수되기 좋은 형태로 가공됐는지가 함량 숫자보다 더 중요한 정보입니다.
References
Korean Dermatological Association, 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 (MFDS),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AAD), and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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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article
진료하는 미용 의사가 작성했으며 일반적인 교육 목적입니다. 개인별 의학적 조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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