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필러를 녹이는 히알루로니다제가 순식간에 분해한다는 원리와 주의점, 회복
By Dr. Kim4 min read

필러를 맞고 나서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한쪽만 유독 부어 보이거나, 아주 드물게 혈관이 막히는 응급 상황이 생기면 의사는 히알루로니다제(hyaluronidase)라는 주사를 씁니다. 이름은 낯설지만 하는 일은 단순합니다. 필러의 주성분인 히알루론산(hyaluronic acid, HA)만 골라서 분해하는 효소입니다.
이 주사가 왜 특별한지는 원리를 알면 이해가 쉽습니다. 히알루론산이 몸속에서 어떤 모양으로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 사슬을 히알루로니다제가 어떻게 끊어내는지부터 보면, 이 시술이 왜 응급 상황에서 생명을 구하는 처치로도 쓰이고, 왜 내 몸의 다른 조직은 건드리지 않는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히알루로니다제, 왜 필요할까?
필러는 한 번 넣으면 몸이 서서히 흡수할 때까지 그 자리에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모양이 과하거나, 좌우가 비대칭이거나, 덩어리져 뭉치거나, 혹은 혈관을 눌러 피가 안 통하는 심각한 상황이 생기면 그냥 기다릴 여유가 없습니다. 이때 필러를 빠르게 되돌릴 방법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하는 것이 히알루로니다제입니다.
지금 쓰이는 필러 대부분이 히알루론산을 기본 재료로 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효소 하나로 브랜드나 종류가 달라도 대부분의 필러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물론 히알루론산이 아닌 다른 성분의 필러라면 이 효소로 녹지 않으므로, 시술 전에 어떤 필러를 맞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히알루로니다제는 단순히 마음에 안 드는 결과를 지우는 도구를 넘어, 필러 시술 전체를 좀 더 안심하고 받을 수 있게 해주는 안전판 역할을 합니다. 되돌릴 방법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시술의 문턱을 낮춰주는 셈입니다.
히알루론산을 잘라내는 효소의 원리
히알루론산은 작은 당 분자가 사슬처럼 반복해서 이어진 다당류입니다. 구슬을 실에 촘촘히 꿰어 만든 긴 목걸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필러는 이 사슬을 가교(cross-linking)라는 방식으로 서로 더 단단히 엮어서, 몸속에서 쉽게 흩어지지 않고 오래 버티도록 만든 젤입니다.
히알루로니다제는 이 사슬의 특정 이음매만 골라 끊는 가위 같은 효소입니다. 사슬이 짧게 잘려나가면 젤처럼 뭉쳐 있던 필러가 묽은 액체 형태로 풀립니다. 그리고 작아진 조각들은 몸의 림프와 혈류를 타고 자연스럽게 흡수됩니다. 이 과정이 필러가 다른 방법보다 훨씬 빠르게, 눈에 띄게 사라지는 이유입니다.
혈관이 막히는 응급 상황에서 왜 곧바로 쓸까?
아주 드물지만 필러가 혈관 안으로 직접 들어가거나, 혈관을 강하게 눌러 피가 통하지 않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혈관이 먹여 살리던 피부나 조직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끊깁니다. 시간이 지체되면 조직이 괴사, 즉 혈액이 안 통해 조직이 죽어버리는 상태까지 갈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히알루로니다제를 막힌 부위 주변에 많은 양으로 빠르게 주사합니다. 혈관을 누르고 있거나 안에서 막고 있는 히알루론산 성분을 그 자리에서 바로 분해해, 눌려 있던 혈류를 다시 터주기 위해서입니다. 시간을 다투는 상황이라 이런 경우에 대비해 히알루로니다제를 상비해 두는 병원이 많습니다.
내 몸 조직에는 왜 안전할까?
히알루로니다제는 눈에 보이는 조직을 아무렇게나 녹이는 효소가 아닙니다. 히알루론산이라는 특정 사슬 구조만 알아보고 그 자리를 자르는, 열쇠와 자물쇠 같은 특이적인 관계를 가진 효소입니다. 피부를 받치는 콜라겐이나 근육, 혈관 벽을 이루는 단백질은 히알루론산과 화학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이 효소가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래서 필러만 선택적으로 녹고, 원래 내 피부 조직은 그대로 남습니다.
다만 피부 자체에도 원래 소량의 히알루론산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필러를 녹이는 과정에서 이 자연 성분도 아주 미세하게 같이 분해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몸은 히알루론산을 스스로 계속 만들어내는 조직이라, 2주에서 4주 정도 지나면 원래 있던 만큼 다시 채워진다고 보고됩니다.
효과가 나타나는 속도와 지속 시간
주사를 맞은 뒤 반응은 대개 24시간 이내에 눈에 띄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최대 효과는 48시간에서 72시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효소 자체는 우리 몸속에서 빠르게 분해돼 24시간에서 48시간 안에 사라집니다. 그 이후에는 이미 분해된 자리만 남고, 다시 새로운 효소가 작용하지는 않습니다.
부위와 필러의 양에 따라 한 번의 주사로 충분히 녹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1주에서 2주 간격을 두고 반복해서 맞아야 원하는 만큼 되돌릴 수 있습니다. 급하게 한 번에 많은 양을 넣기보다, 상태를 보며 필요한 만큼 나눠서 진행하는 방식이 흔히 권장됩니다. 반대로 필러가 이미 오래돼 단단해진 상태라면 한 번에 다 녹지 않고 2회에서 3회에 걸쳐 조금씩 풀리는 경우도 있어서, 결과를 보며 다음 일정을 다시 잡는 경우도 흔합니다.
알레르기와 부작용,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
히알루로니다제는 소나 양 같은 동물의 조직에서 추출해 만드는 성분입니다. 그래서 이 단백질 자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드물게 있습니다.
- 피부 발적과 두드러기: 주사 직후 국소적으로 붉어지고 가려운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몸이 낯선 단백질을 인식하면서 생기는 가벼운 면역 반응이기 때문이며,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습니다.
- 붓기와 통증의 일시적 악화: 필러가 급격히 분해되면서 그 자리에 일시적인 염증 반응이 커질 수 있습니다. 조직이 갑자기 재배치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반응이기 때문입니다.
- 아나필락시스: 매우 드물지만 전신으로 번지는 심한 알레르기 반응이 생길 수 있습니다. 동물성 단백질에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면역계를 가진 사람에게서 일어날 수 있는 반응이라, 사전에 소량으로 피부반응검사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녹인 뒤 회복은 어떻게 진행될까?
시술 직후에는 가벼운 붓기와 약간의 멍이 생길 수 있으며 대개 3일에서 7일 안에 가라앉습니다. 필러가 있던 자리는 부피가 서서히 빠지면서 원래 얼굴 윤곽으로 돌아갑니다.
이 시술은 조직 자체를 자르거나 건드리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필러 성분만 없애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흉터나 큰 손상 없이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됩니다. 필요하다면 2주에서 4주 정도 지난 뒤 그 부위에 다시 필러를 채우는 재시술도 가능합니다.
시술 전 확인해야 할 것들
- 어떤 필러를 언제, 어디서 맞았는지 최대한 정확히 알리기: 필러의 종류와 넣은 위치에 따라 필요한 히알루로니다제의 용량과 주사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 알레르기 병력 확인하기: 동물성 단백질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사전 검사를 하거나 다른 접근 방식을 의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임신이나 수유 여부 미리 알리기: 이 시기에 대한 안전성 자료가 제한적이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 응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의료기관에서 받기: 혈관이 막히는 상황처럼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경우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히알루로니다제는 필러 시술의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안전장치입니다. 되돌릴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필러를 대하는 마음도 한결 가벼워집니다.
References
Korean Dermatological Association, 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 (MFDS),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AAD), and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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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article
진료하는 미용 의사가 작성했으며 일반적인 교육 목적입니다. 개인별 의학적 조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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