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쿠치올 효과와 레티놀과의 차이, 자극과 사용법까지
By Dr. Kim5 min read

바쿠치올은 최근 몇 년 사이 화장품 성분표에 부쩍 자주 보이는 이름입니다. 흔히 "천연 레티놀"이라고 소개되지만, 사실 바쿠치올은 레티놀과 화학구조가 전혀 다른 물질입니다. 그런데도 피부에서는 레티놀과 비슷한 방향의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이 지점이 바쿠치올을 궁금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구조가 다른데 효과는 비슷하다는 말은 언뜻 모순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피부 세포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열쇠 모양이 달라도 결국 같은 자물쇠를 다른 방식으로 열 수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바쿠치올이 어떤 경로로 레티놀과 닮은 결과를 내는지, 그리고 왜 자극은 덜하다고 알려졌는지 하나씩 짚어봅니다.
바쿠치올은 어떤 성분일까?
바쿠치올(bakuchiol)은 개암풀이라는 콩과 식물의 씨앗과 잎에서 추출하는 성분입니다. 이 식물은 인도와 중국 등에서 오래전부터 약재로 써온 식물이라서, 바쿠치올도 원래는 전통 의학에서 다뤄지던 물질이었습니다.
화장품 성분으로 주목받은 것은 비교적 최근입니다. 연구자들이 여러 식물 추출물의 피부 유전자 반응을 대규모로 비교하던 중, 바쿠치올을 바른 피부 세포의 반응 패턴이 레티놀을 바른 세포와 놀랄 만큼 겹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우연히 발견된 대체제에 가깝습니다.
레티놀과 구조가 다른데 효과는 비슷할까?
레티놀은 비타민 A 계열 물질입니다. 화학적으로 레티노이드라는 그룹에 속하는데, 바쿠치올은 이 그룹과 구조적으로 아무런 연관이 없는 메로테르펜 계열 물질입니다. 쉽게 말해 뿌리부터 다른 집안의 성분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두 성분을 바른 피부 세포를 검사해 보면, 켜지고 꺼지는 유전자의 목록이 상당 부분 겹칩니다. 특히 피부를 받쳐주는 콜라겐 1형과 4형을 만드는 유전자가 두 성분 모두에서 비슷하게 늘어난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마치 다른 길로 걸어갔는데 같은 목적지에 도착한 셈입니다.
수용체를 거치지 않는 작용 경로
레티놀 자체는 수용체에 바로 달라붙지 않습니다. 피부 세포 안에서 먼저 레티날데하이드로, 다시 레티노산으로 바뀐 뒤에야 레티노산 수용체(RAR)라는 단백질에 달라붙어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합니다. 수용체는 자물쇠, 레티놀이 변신한 레티노산은 그 자물쇠에 맞는 열쇠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바쿠치올은 이런 전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이 수용체에 직접 달라붙지도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도 세포 안에서 벌어지는 최종 결과, 즉 콜라겐을 만들라는 신호와 낡은 조직을 정리하라는 신호가 레티놀을 썼을 때와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자물쇠를 여는 방식이 아니라 다른 경로로 우회해서 같은 방에 도달하는 것과 비슷한 구조입니다. 그래서 바쿠치올을 "레티놀 유사 물질"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레티놀보다 자극이 정말 덜할까?
레티놀이 피부를 자극하는 이유는 대체로 이 수용체 결합 방식과 관련이 있습니다. 레티놀에서 전환된 레티노산이 수용체에 강하게 달라붙으면 피부 세포의 턴오버, 즉 오래된 각질세포가 떨어져 나가고 새 세포가 올라오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이 속도가 갑자기 빨라지면 피부 장벽이 미처 적응하지 못해 붉어지고 각질이 일어나는 반응이 나타납니다.
바쿠치올은 이 수용체 결합 경로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턴오버가 급격하게 빨라지는 정도가 레티놀보다 약한 편입니다. 그래서 붉어짐이나 각질, 따가움 같은 반응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난다고 보고됩니다. 2019년에 발표된 한 무작위 비교 임상시험에서는 바쿠치올을 하루 두 번, 레티놀을 하루 한 번 각각 12주간 바르게 한 뒤 비교했는데, 주름과 색소침착 개선 정도는 두 성분에서 차이가 크지 않았던 반면, 각질이 일어나거나 따가운 증상은 레티놀 쪽에서 더 자주 보고됐습니다.
다만 자극이 아예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떤 성분이든 피부에 새로 바르는 초반에는 사람에 따라 가벼운 트러블이 생길 수 있어서, 처음 사용할 때는 소량으로 시작하는 편이 무난합니다. 그리고 자극이 적다고 해서 효과까지 약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극이 적은 덕분에 꾸준히 오래 바르는 사람이 많아지고, 결국 그 꾸준함이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콜라겐과 주름이 변하는 시기
콜라겐은 피부를 아래에서 받쳐주는 기둥 같은 단백질입니다. 나이가 들면 이 기둥이 서서히 줄어들면서 피부가 얇아지고 주름이 생깁니다. 바쿠치올은 섬유아세포, 즉 콜라겐을 만드는 피부 속 세포를 자극해서 새 콜라겐을 다시 짜도록 유도합니다.
동시에 오래되거나 자외선에 손상된 콜라겐을 잘라내는 효소의 활동도 함께 조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낡은 기둥을 정리하는 속도와 새 기둥을 세우는 속도가 같이 움직여야 결과적으로 피부 결이 매끈해집니다. 낡은 벽지를 떼어내면서 동시에 새 벽지를 바르는 공사와 비슷한 과정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색소침착 개선도 비슷한 흐름으로 설명됩니다. 세포 턴오버가 적당히 빨라지면 표피에 쌓여 있던 멜라닌 색소도 함께 정리되면서 기미나 잡티가 옅어지는 방향으로 변화가 나타난다고 보고됩니다. 다만 이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대체로 8주에서 12주는 꾸준히 발라야 눈에 띄는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바쿠치올 사용법과 주의할 점
바쿠치올은 자극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 하루 두 번, 아침저녁으로 바르는 제품도 흔합니다. 반면 레티놀은 자극 때문에 보통 저녁에만, 그것도 저농도부터 서서히 늘려가라고 안내됩니다. 이 차이 자체가 두 성분의 자극 정도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사용할 때 참고할 만한 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낮에도 자외선 차단제는 필수입니다. 턴오버를 촉진하는 성분은 새로 올라온 피부가 자외선에 더 예민할 수 있어서, 아침에는 자외선 차단제를 꼭 함께 발라야 합니다.
- 다른 각질 제거 성분과 겹치지 않게 조절합니다. AHA나 BHA처럼 각질을 정리하는 성분을 같이 쓰면 자극이 더해질 수 있어서, 처음에는 격일로 시작하는 것이 무난합니다.
- 니아신아마이드와는 함께 써도 무난합니다. 니아신아마이드(niacinamide)는 피부 장벽을 보강하는 성분이라, 바쿠치올을 쓰면서 생길 수 있는 가벼운 자극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효과를 판단하려면 최소 8주는 지켜봅니다. 콜라겐이 새로 자리 잡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며칠 발라보고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기보다는 두세 달은 꾸준히 지켜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레티놀을 완전히 대신할 수 있을까?
바쿠치올은 레티놀과 비슷한 방향의 효과를 내지만, 모든 면에서 완전히 같은 성분은 아닙니다. 레티놀은 오랜 기간 축적된 연구와 사용 경험이 있는 성분이고, 바쿠치올은 상대적으로 연구 역사가 짧습니다. 그래서 아주 깊은 주름이나 심한 광노화처럼 강한 효과가 필요한 경우에는 여전히 레티놀이 더 널리 쓰입니다.
다만 피부가 예민해서 레티놀을 쓸 때마다 붉어지고 각질이 일어났던 사람이라면, 바쿠치올이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자극은 줄이면서도 콜라겐을 늘리는 방향의 변화는 챙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어느 쪽을 고르든 핵심은 하나입니다. 꾸준히, 자외선 차단과 함께 바르는 것이 두 성분 모두에서 결과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조건입니다.
References
Korean Dermatological Association,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AAD), and 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 (MF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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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article
진료하는 미용 의사가 작성했으며 일반적인 교육 목적입니다. 개인별 의학적 조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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