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는 비타민C는 잘 산화된다는데 정말 잡티와 탄력에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By Dr. Lee6 min read

비타민C 세럼은 스킨케어를 조금이라도 챙겨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써봤을 만큼 흔한 제품입니다. 잡티를 옅게 하고 피부에 탄력을 준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따라붙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비타민C는 공기에 닿으면 금방 변색되고, 그러면 효과가 떨어진다는 말도 함께 돕니다. 결국 좋은 성분이라는 것과 다루기 까다롭다는 것, 이 두 가지 이야기가 늘 같이 따라다니는 셈입니다. 그래서 세럼을 하나 고를 때도 성분표만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병 색깔이나 포장 방식까지 함께 살피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왜 잡티에 좋다는 것인지, 그리고 왜 이렇게 다루기 까다로운 성분인지 그 이유를 아래에서 하나씩 짚습니다.
비타민C가 왜 잡티에 좋다는 이야기가 나올까요?
피부가 자외선을 받으면 멜라닌세포라는 세포가 멜라닌이라는 색소를 만들어냅니다. 멜라닌은 원래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려는 방어 반응인데, 이 색소가 한 곳에 몰려서 쌓이면 기미나 잡티로 보이게 됩니다.
비타민C는 이 멜라닌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에 끼어들어 색소가 덜 생기도록 돕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미 생긴 잡티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새로 짙어지는 것을 늦추는 쪽에 가까운 성분입니다. 그래서 대개 8주에서 12주는 꾸준히 발라야 변화가 눈에 보인다고 이야기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피부에 자외선이 쌓이는 것을 통장에 잔고가 쌓이는 모습으로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오늘 받은 자외선 한 번으로 바로 잡티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쌓이다가 어느 순간 눈에 보이는 색소로 드러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비타민C도 하루 발랐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쌓이는 속도 자체를 매일 조금씩 늦춰주는 역할이라고 보면 됩니다.
멜라닌은 정확히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질까요?
멜라닌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아주 단순화하면, 티로신이라는 아미노산이 티로시나아제라는 효소를 거치면서 여러 단계를 밟아 검은색 색소로 바뀌는 순서입니다. 티로시나아제는 이 과정을 시작시키는 열쇠 같은 역할을 하는 효소입니다.
이 효소가 활발하게 움직일수록 멜라닌이 더 많이, 더 빨리 만들어집니다. 자외선을 쬐면 피부가 이 효소를 더 활발하게 만들도록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여름철이나 야외 활동이 많을 때 색소가 더 짙어지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여름 휴가 때 3일에서 4일 바닷가에서 놀고 오면 그 자리에서 바로 피부가 검어지는 것이 아니라, 3일에서 7일 뒤부터 서서히 색이 짙어지는 것을 겪어본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티로시나아제가 자외선 신호를 받고 뒤늦게 열심히 움직이기 시작한 결과입니다. 그래서 자외선을 이미 쬔 다음이라도, 그 뒤에 바르는 관리가 색소가 더 짙어지는 것을 막는 데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비타민C는 이 과정 어디에 끼어들어 색소를 막을까요?
비타민C, 즉 아스코르빅애씨드는 이 티로시나아제 효소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고됩니다. 색소를 만드는 공장의 스위치를 살짝 눌러 속도를 늦추는 것과 비슷한 그림입니다.
또한 비타민C는 이미 산화되어 검은 쪽으로 진행되던 멜라닌 중간 물질을 다시 옅은 색으로 되돌리는 환원 작용도 함께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색이 짙어지려는 반응을 붙잡아 다시 밝은 방향으로 돌려놓는 셈입니다. 이 두 가지 작용이 합쳐지면서 꾸준히 사용했을 때 피부 톤이 조금씩 균일해지고 잡티가 옅어지는 변화로 이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항산화 작용은 피부에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될까요?
피부는 자외선이나 미세먼지, 스트레스 같은 자극을 받으면 활성산소라는 불안정한 분자가 늘어납니다. 활성산소는 짝을 잃은 전자를 가진 분자라서, 주변 세포막이나 콜라겐 같은 정상 조직에서 전자를 억지로 빼앗아 손상을 일으키고 다닙니다. 도미노처럼 주변 조직을 계속 건드리며 퍼지는 연쇄 반응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비타민C는 이 활성산소에 먼저 전자를 내어주면서 반응을 멈춰 세우는 항산화 물질입니다. 자기 자신을 희생해서 도미노가 더 퍼지지 않도록 막아주는 방패 역할입니다. 이렇게 활성산소를 미리 붙잡아두면 콜라겐이나 세포막이 덜 손상되고, 결과적으로 자외선 노출로 인한 피부 노화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야외에서 2시간에서 3시간 이상 시간을 보내고 온 날, 피부가 유난히 화끈거리거나 예민해지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것도 활성산소가 짧은 시간에 갑자기 늘어나면서 피부 세포를 자극한 결과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자외선을 쬐기 전에 미리 비타민C를 발라두면, 활성산소가 생기자마자 바로 붙잡아줄 수 있어서 효과가 더 크다고 이야기되는 것입니다.
콜라겐 합성을 돕는다는 말은 무엇을 뜻할까요?
콜라겐은 피부를 아래에서 받쳐주는 기둥 같은 단백질입니다. 이 기둥이 촘촘하고 탄탄할수록 피부가 처지지 않고 탄력을 유지합니다. 그런데 콜라겐은 몸속에서 저절로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효소의 도움을 받아야 완성되는 구조입니다.
비타민C는 바로 이 콜라겐을 완성하는 효소들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돕는 조효소 역할을 합니다. 열쇠가 자물쇠에 맞아야 문이 열리듯, 비타민C가 있어야 콜라겐 합성 효소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비타민C가 부족하면 콜라겐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하고, 반대로 충분히 공급되면 콜라겐 생성 과정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고됩니다.
실제로 옛날 뱃사람들이 3개월 이상 이어진 항해 동안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못 먹고 지내다가 잇몸이 헐고 상처가 잘 낫지 않는 괴혈병에 걸렸던 일이 유명합니다. 이것도 결국 비타민C가 부족해 몸속에서 콜라겐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병입니다. 그만큼 비타민C와 콜라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짝이고, 피부에 바르는 세럼도 이 원리를 얼굴 표면에서 그대로 활용하는 셈입니다.
동시에 앞서 설명한 항산화 작용도 콜라겐을 지키는 데 힘을 보탭니다. 활성산소가 콜라겐을 자르는 가위 역할을 하는 효소(MMP, 콜라겐을 분해하는 효소입니다)를 더 활발하게 만드는데, 비타민C가 활성산소를 줄여주면 이 가위질도 함께 줄어드는 셈입니다. 새로 짓는 것과 덜 부수는 것, 두 방향에서 콜라겐을 도와주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쉽게 산화가 될까요?
여기까지 보면 비타민C가 참 좋은 성분인데, 문제는 이 성분이 화학적으로 매우 불안정하다는 점입니다. 비타민C, 정확히는 L-아스코르빅애씨드는 산소나 빛, 열을 만나면 스스로 전자를 잃고 다른 물질로 바뀌어버리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변화가 바로 산화입니다. 세럼이 처음에는 투명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노랗게, 더 지나면 갈색으로 변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텐데, 이것이 산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활성산소와 먼저 반응해 전자를 내어주는 바로 그 성질 때문에, 공기 중의 산소와도 쉽게 반응해버리는 것입니다. 방패 역할을 하는 성질이 곧 스스로를 빨리 소모시키는 약점이 되는 셈입니다.
썰어놓은 사과나 레몬 단면이 시간이 지나면 갈색으로 변하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과일 속에 들어 있는 비타민C가 공기와 만나 산화되면서 색이 바뀌는 것인데, 세럼 병 안에서도 똑같은 일이 조금 더 느린 속도로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뚜껑을 자주 열었다 닫았다 하거나, 햇빛이 드는 화장대에 두는 것만으로도 산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질 수 있습니다.
산화된 비타민C를 계속 바르면 문제가 될까요?
산화가 진행된 비타민C는 원래의 항산화력과 미백 작용을 대부분 잃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즉 효과 없는 물을 바르는 것과 비슷해지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산화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이 오히려 피부를 자극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어서, 색이 눈에 띄게 변한 제품은 사용을 중단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그래서 제조사들은 이 산화 문제를 줄이기 위해 세 가지 방법을 씁니다.
- 어두운 유리병이나 밀폐 용기에 담는 방법: 빛과 공기 노출을 최소화해서 산화가 시작되는 시점을 늦추기 위한 것입니다.
- 안정화된 유도체 형태로 만드는 방법: 아스코르빌글루코사이드나 마그네슘아스코르빌포스페이트 같은 유도체는 구조를 살짝 바꿔서 산소와 덜 반응하도록 설계된 성분입니다.
- 소량 소포장으로 판매하는 방법: 개봉 후 공기와 닿는 횟수와 시간을 줄여서, 다 쓰기 전에 산화가 크게 진행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농도와 제형은 어떤 기준으로 고르면 될까요?
순수한 형태의 L-아스코르빅애씨드는 흡수와 작용력이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만큼 산화도 빠르고 자극도 상대적으로 있을 수 있습니다. 보통 10에서 20% 사이의 농도가 효과와 자극의 균형점으로 많이 언급되는데, 농도가 너무 높다고 무조건 더 좋은 것은 아니라고 보고됩니다.
민감한 피부라면 앞서 설명한 유도체형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유도체형은 피부에 흡수된 뒤 체내 효소에 의해 서서히 순수 비타민C로 전환되는 방식이라, 즉각적인 효과는 더디지만 안정성과 자극도 면에서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피부가 예민한 편인데 처음부터 20% 고농도 순수 비타민C를 쓰면 따갑거나 붉어지는 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낮은 농도나 유도체형으로 먼저 피부 반응을 본 다음 서서히 농도를 올리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어떤 형태를 쓰든 아침에 바른 뒤 자외선 차단제를 함께 쓰는 것이 항산화 효과를 실제로 살리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됩니다. 활성산소가 생기기 전에 미리 막아주는 성분인 만큼, 자외선 노출이 잦은 시간대에 함께 관리해주는 편이 이치에 맞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비타민C만 바르고 자외선 차단제를 건너뛰면, 방패를 쥐고도 정작 싸움터에는 나가지 않는 셈이라 효과를 절반도 못 챙기게 됩니다.
References
Korean Dermatological Association, 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 (MFDS),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AAD), and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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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article
진료하는 미용 의사가 작성했으며 일반적인 교육 목적입니다. 개인별 의학적 조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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