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자차와 유기자차 차이, 백탁과 덧바르는 주기까지
By Dr. Kim6 min read

여름이 아니어도 자외선차단제는 매일 발라야 한다는 말은 다들 압니다. 그런데 막상 성분표를 들여다보면 무기자차, 유기자차라는 낯선 말이 붙어 있고, 둘이 정확히 뭐가 다른지는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실 이 둘은 자외선을 막아내는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둘 다 자외선 에너지를 흡수해 열로 바꾸는 것이 기본이지만, 무기자차는 피부 표면에 얹힌 입자가 반사와 산란까지 함께 일으키고, 유기자차는 피부 표면의 막에 스며든 성분이 흡수 위주로 작용합니다. 이 차이를 알고 나면 왜 어떤 제품은 하얗게 뜨고 어떤 제품은 자극이 생기는지도 자연스럽게 이해가 됩니다.
자외선A와 B는 피부에 무슨 일을 할까?
태양빛 속 자외선은 파장 길이에 따라 나뉩니다. 자외선A(UVA)는 파장이 길어서(320~400nm) 피부 깊은 층인 진피까지 뚫고 들어갑니다. 진피는 콜라겐(피부 탄력을 받치는 기둥 같은 단백질)이 모여 있는 층인데, 자외선A는 이 기둥까지 도달해서 서서히 손상을 줍니다.
그래서 자외선A는 화상처럼 바로 티가 나지 않지만, 수십 년에 걸쳐 주름과 탄력 저하를 만드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유리창도 뚫을 정도로 힘이 세서 실내에 있어도 노출됩니다. 예를 들어 창가 자리에 오래 앉아 있으면 화상은 안 생겨도 피부가 서서히 칙칙해지는 느낌을 받는데, 이게 자외선A가 조금씩 쌓인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자외선B(UVB)는 파장이 짧아서(290~320nm) 진피까지는 못 가고 피부 표면인 표피에서 대부분 흡수됩니다. 대신 에너지가 강해서 짧은 시간에도 일광화상을 일으킵니다. 여름철 해변에서 1시간에서 2시간만 지나도 피부가 빨갛게 익는 것이 바로 이 자외선B 때문입니다.
사실 표피 자체에는 혈관이 없습니다. 대신 자외선B에 손상된 표피 세포가 염증 물질을 내보내면, 바로 아래에 있는 진피의 혈관이 확장되면서 피부가 붉게 달아오릅니다. 일광화상 특유의 붉음과 화끈거림은 표피가 아니라 진피 혈관이 반응한 결과인 셈입니다. 반면 자외선A는 콜라겐 손상을 서서히 쌓아 올릴 뿐 이런 급성 염증 반응을 강하게 일으키지는 않기 때문에, 당장은 아프거나 붉어지지 않고 조용히 넘어가는 것입니다.
무기자차는 자외선을 어떻게 막을까?
무기자차는 산화아연(zinc oxide)이나 이산화티타늄(titanium dioxide) 같은 미세한 금속 산화물 입자를 원료로 씁니다. 이 입자들은 피부 표면 위에 얇은 막처럼 자리를 잡습니다.
무기자차도 자외선을 반사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입자에 닿은 자외선 에너지의 대부분은 실제로 흡수되어 열로 바뀌고, 나머지 일부만 거울처럼 반사되거나 여러 방향으로 흩어집니다. 유기자차와 마찬가지로 흡수가 주된 작용이고, 여기에 반사와 산란이 더해지는 방식인 셈입니다. 다만 유기자차와 다른 점은 이 입자들이 피부 속으로 스며들지 않고 표면에 그대로 얹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무기자차는 자외선이 피부 세포와 만나기도 전에 표면의 입자 막에서 대부분 흡수·차단되는 방식이라, 성분이 각질층 속으로 스며들 필요가 없습니다. 자극이 적어서 민감한 피부나 아기 피부에도 비교적 안전하게 쓰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성분이 피부와 결합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다 보니 자극이나 알레르기가 생길 확률도 자연히 낮아지는 것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입자가 피부 표면에 막을 이루는 순간부터 물리적으로 자외선을 막아주기 시작합니다. 성분이 각질층 속으로 스며들 때까지 따로 기다릴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급하게 외출해야 할 때도 크게 부담이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유기자차가 자외선을 막는 방식
유기자차는 아보벤존(avobenzone), 옥티녹세이트(octinoxate) 같은 탄소 기반 화합물을 씁니다. 이 성분들은 반사하는 대신 자외선 에너지를 자기 몸으로 직접 빨아들입니다.
자외선을 흡수한 분자는 순간적으로 들뜬 상태, 즉 에너지가 높아져 불안정해진 상태가 됩니다. 마치 눌렸던 스프링이 튕겨 나가듯, 이 분자는 곧바로 원래 모양으로 되돌아오면서 흡수했던 에너지를 열로 바꿔 밖으로 내보냅니다. 뜨거운 냄비를 손으로 잠깐 스쳤다가 재빨리 떼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순간적으로 열을 받아들이긴 하지만, 그 상태를 오래 붙들고 있지 않고 곧바로 열을 내보내며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결국 자외선이라는 위험한 빛 에너지가 피부에 해를 끼치기 전에, 아주 미세한 열로 전환되어 사라지는 셈입니다. 다만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성분 자체가 조금씩 분해되기 때문에, 유기자차는 시간이 지나면 차단력이 서서히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스프링도 눌렸다 펴지기를 수없이 반복하면 탄성이 무뎌지는 것처럼, 유기자차 분자도 자외선을 흡수하고 열로 내보내는 반응을 하루에도 수백 번 반복하다 보면 구조가 조금씩 흐트러지는 셈입니다.
그리고 유기자차는 무기자차와 달리 바르자마자 곧바로 최대 효과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성분이 각질층 위에 고르게 퍼져 안정적인 막을 이뤄야 표시된 만큼의 차단력이 온전히 나오기 때문에, 외출하기 20~30분 전에는 미리 발라두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시간을 건너뛰고 바로 햇빛 아래로 나가면, 막이 아직 고르게 자리 잡지 못한 상태에서 자외선을 맞는 셈이 됩니다.
백탁은 왜 무기자차에서 두드러질까?
백탁은 자외선차단제를 발랐을 때 피부가 하얗게 들뜨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현상은 주로 무기자차에서 나타납니다.
이유는 입자 크기에 있습니다. 산화아연이나 이산화티타늄 입자는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의 일부까지 함께 반사하는 성질이 있어서, 피부 위에 얇게 발라도 흰 막처럼 도드라져 보입니다. 흰색 페인트를 벽에 얇게 한 겹만 칠해도 밑에 있던 색이 비치지 않고 하얗게 덮여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입자가 빛을 반사해 버리면 그 아래 있는 피부색이 그대로 드러나지 못하고, 대신 하얀 막이 얹힌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입자를 아주 잘게 갈아 나노 크기로 만든 제품이 늘면서 백탁이 많이 줄었지만,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반대로 유기자차는 빛을 반사하지 않고 흡수만 하기 때문에, 피부에 발랐을 때 대체로 투명하게 밀착됩니다.
SPF와 PA는 무엇을 막아줄까?
자외선차단제 포장을 보면 SPF와 PA라는 두 지수가 함께 적혀 있습니다. 이 둘은 서로 다른 종류의 자외선을 기준으로 매겨집니다.
SPF(Sun Protection Factor)는 자외선B를 얼마나 막아주는지를 나타내는 지수입니다. 숫자가 클수록 피부가 붉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더 오래 늦춰준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아무것도 안 바른 피부가 10분 만에 붉어지는 사람이라면, SPF15는 이론적으로 그 시간을 15배인 150분까지 늦춰준다는 계산입니다. 다만 땀과 마찰로 실제로는 이보다 짧게 벗겨지는 경우가 많아서, 숫자만 믿고 덧바르기를 건너뛰면 안 됩니다. PA(Protection Grade of UVA)는 자외선A 차단 정도를 나타내며, PA+++처럼 +가 많을수록 차단 효과가 크다고 봅니다.
둘 중 하나만 높다고 충분한 것은 아닙니다. 진피까지 손상시키는 자외선A와 화상을 일으키는 자외선B를 동시에 막으려면, SPF와 PA를 함께 챙겨보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자외선차단제 바르는 양과 덧바르는 주기
자외선차단제는 바르는 양과 다시 바르는 주기를 지켜야 표시된 만큼의 차단력이 실제로 나옵니다. 다음을 확인해 보십시오.
- 얼굴 전체에 500원짜리 동전 크기 이상을 바를 것: 제품 테스트에서 나온 SPF와 PA 수치는 이 정도 두께로 발랐을 때를 기준으로 측정되기 때문에, 적게 바르면 실제 차단력이 표시치보다 크게 떨어집니다.
- 외출 후 2시간마다 덧바를 것: 유기자차는 자외선을 흡수하면서 성분이 서서히 분해되고, 무기자차도 땀과 피지에 씻겨 나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막이 얇아집니다.
- 흐린 날에도 바를 것: 구름은 눈에 보이는 빛은 막아도 자외선은 상당 부분 그대로 통과시키기 때문에, 햇빛이 약해 보여도 피부는 자외선에 계속 노출됩니다.
결국 자외선차단제는 얼마나 두껍게, 얼마나 자주 바르는지에 따라 실제 효과가 크게 갈립니다. 화장 위에 손으로 덧바르기가 번거롭다면, 자외선차단 기능이 있는 쿠션이나 스프레이 타입을 겹쳐 쓰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내 피부에 맞는 자차 고르는 기준
무기자차와 유기자차 중 어느 쪽이 무조건 낫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피부 상태에 따라 잘 맞는 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피부가 예민하거나 자극에 쉽게 붉어지는 편이라면 무기자차가 대체로 편하게 느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화학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물리적으로 막아주는 방식이라 트러블 가능성이 낮은 편입니다.
반대로 피지가 많고 백탁이 부담스러운 피부라면, 가볍고 투명하게 발리는 유기자차 쪽이 선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유기자차 성분 중 일부는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보고되어 있어서, 발랐을 때 따가움이나 붉어짐이 반복된다면 성분을 바꿔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최근에는 두 가지 방식을 함께 섞은 혼합형 제품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반사와 흡수를 동시에 활용해서 백탁은 줄이고 차단력은 유지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부위별로 나눠 쓰는 방법도 있습니다. 자극에 약한 얼굴에는 무기자차를, 자외선 노출이 많은 팔다리에는 가볍게 발리는 유기자차를 쓰는 식으로 섞어 쓰는 사람도 많습니다. 결국 정답은 하나로 고정되어 있지 않고, 피부가 보내는 신호를 보면서 맞는 쪽을 찾아가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References
Korean Dermatological Association, 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 (MFDS),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AAD), and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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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article
진료하는 미용 의사가 작성했으며 일반적인 교육 목적입니다. 개인별 의학적 조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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