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름 붉은자국이 혈관성 홍반인지 색소침착인지 구별하는 기준과 레이저가 작용하는 원리
By Dr. Kim4 min read

여드름이 가라앉은 자리에는 흔히 두 가지 흔적이 남습니다. 하나는 붉은 자국이고 다른 하나는 갈색이나 흑갈색 자국입니다. 붉은 자국은 색소가 아니라 피부 속 작은 혈관이 늘어나 비쳐 보이는 현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두 자국을 색소침착으로 뭉뚱그려 미백 제품만 바르다가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원인이 다르면 관리법도 달라져야 하므로, 두 자국을 구별하는 기준과 각각의 원리를 정리했습니다.
여드름 붉은자국은 왜 생길까?
여드름 염증이 심하게 일어나면 그 부위의 혈관이 확장됩니다. 몸이 염증과 싸우기 위해 백혈구와 영양분을 실어 나르려고 혈류량을 늘리는 반응입니다. 이 과정에서 모세혈관이 늘어나고 작은 새 혈관이 자라나기도 합니다.
염증이 가라앉은 뒤에도 이렇게 늘어난 혈관은 바로 원래 굵기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혈관 벽 자체가 염증 물질에 자극을 받아 며칠에서 몇 주간 확장된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피부 표면 아래로 비치는 이 혈관 때문에 자국이 붉게 보이는 것입니다.
즉 붉은 자국의 정체는 새로운 색소가 아니라, 늘어난 혈관이 피부 얇은 층 아래에서 비치는 현상입니다. 피부가 얇을수록, 염증이 깊었을수록 더 오래, 더 진하게 남는 경향이 있습니다.
혈관성 홍반과 색소침착의 차이
색소침착은 완전히 다른 기전으로 생깁니다. 염증이 심했던 자리에서 멜라닌세포(피부색을 만드는 세포)가 자극을 받아 멜라닌 색소를 과하게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 색소는 표피나 진피에 쌓여서 갈색이나 흑갈색으로 보입니다.
혈관성 홍반은 혈관이 원인이라 시간이 지나 혈관이 원래대로 수축하면 자연스럽게 옅어집니다. 반면 색소침착은 이미 만들어진 멜라닌 알갱이가 피부 안에 쌓여 있는 상태라서, 혈관이 가라앉는다고 함께 없어지지 않습니다. 색소가 옅어지려면 오래된 각질과 함께 그 색소를 밀어내는 턴오버(피부 세포가 새로 교체되는 주기) 과정을 여러 번 거쳐야 합니다.
그래서 두 자국은 색깔의 계열부터 다릅니다. 홍반은 붉은 기가 강하고, 색소침착은 갈색이나 짙은 갈색에 가깝습니다. 두 가지가 한 자리에 같이 남는 경우도 있어서, 눈으로만 보고 하나로 단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피부가 흰 편이면 홍반이 더 두드러져 보이고, 피부색이 어두운 편이면 색소침착이 상대적으로 눈에 잘 띕니다. 원래 피부 톤에 따라 같은 자국도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눌러보면 구별되는 이유
두 자국을 구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손가락이나 투명한 유리로 살짝 눌러보는 것입니다. 이를 디아스코피(diascopy, 피부를 눌러 혈관 반응을 보는 검사)라고 부릅니다.
혈관성 홍반은 누르는 순간 혈관 속에 있던 피가 압력에 밀려나면서 붉은 기가 옅어지거나 하얗게 변합니다. 손을 떼면 혈관에 다시 피가 차오르면서 붉은 기가 되돌아옵니다. 물이 든 풍선을 누르면 눌린 자리가 납작해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색소침착은 눌러도 색이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 색소는 이미 세포 안에 고정되어 있는 알갱이라서, 압력을 받는다고 자리를 옮기거나 옅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확인할 때는 손가락으로 몇 초간 눌렀다가 떼면서 색이 변하는지 관찰하면 됩니다. 색이 확 옅어졌다가 금방 돌아오면 혈관성 홍반일 가능성이 크고, 색이 그대로면 색소침착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색소침착이 천천히 옅어지는 이유
멜라닌 색소는 한번 만들어지면 피부 세포와 함께 움직입니다. 표피 가장 아래층에서 만들어진 색소는 세포가 위로 밀려 올라가 각질이 되어 떨어져 나갈 때까지 그 세포 안에 머뭅니다.
이 턴오버 주기는 나이가 들수록 느려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포가 새로 만들어지고 밀려 올라가는 속도 자체가 젊을 때보다 느려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같은 색소침착이라도 나이에 따라 옅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다를 수 있습니다.
또한 색소가 표피가 아니라 진피(피부의 더 깊은 층)까지 내려가 있으면 회복이 훨씬 더딥니다. 진피는 표피처럼 세포가 빠르게 교체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진피에 쌓인 색소는 자연스럽게 빠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거나 옅게라도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여드름을 손으로 짜거나 뜯어낸 자리는 염증이 더 깊게 파고든 경우가 많아서, 색소가 진피까지 내려가기 쉽습니다. 같은 여드름이라도 억지로 건드린 자리일수록 자국이 더 오래 남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혈관 레이저가 홍반에 작용하는 원리
혈관성 홍반에 주로 쓰이는 혈관 레이저는 헤모글로빈(혈액 속 산소를 나르는 붉은 색소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흡수되는 특정 파장의 빛을 씁니다. 이 원리를 선택적 광열분해라고 부릅니다.
레이저 빛이 늘어난 혈관 속 헤모글로빈에 흡수되면 그 자리에서만 열이 발생합니다. 주변 정상 조직에는 큰 손상 없이, 문제가 된 혈관벽만 열 손상을 받아 서서히 좁아지거나 막힙니다. 특정 색깔에만 반응하는 필터를 씌워 그 색만 걸러내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혈관이 좁아지면 그 자리를 비추던 붉은 기가 줄어들면서 자국이 옅어집니다. 다만 색소침착에는 이 레이저가 크게 작용하지 않습니다. 색소침착은 헤모글로빈이 아니라 멜라닌에 반응하는 다른 파장의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자외선 차단이 두 자국에 미치는 영향
자외선은 두 자국 모두를 악화시킬 수 있지만 방식은 다릅니다.
- 혈관성 홍반의 경우: 자외선은 피부에 염증 반응을 다시 자극해 이미 늘어나 있던 혈관을 더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열감이 더해지면서 혈관이 잘 가라앉지 않는 상태가 이어지는 것입니다.
- 색소침착의 경우: 자외선은 멜라닌세포를 직접 자극해 색소를 더 만들어내게 합니다. 자외선을 쬘수록 이미 있던 색소침착 위에 색소가 덧쌓이는 셈입니다.
- 공통 관리: 두 경우 모두 자외선 차단제를 매일 바르는 것이 회복을 방해하지 않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으로 안내됩니다. 자외선이 반응을 다시 켜는 자극이 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즉 홍반이든 색소침착이든, 자국이 남아 있는 동안에는 자외선 차단이 관리의 첫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붉은자국 관리에서 흔한 오해는 무엇일까?
가장 흔한 오해는 붉은 자국에 미백 제품을 바르는 것입니다. 미백 성분은 멜라닌세포가 색소를 만드는 과정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색소가 아니라 혈관이 원인인 홍반에는 작용할 자리 자체가 없습니다.
또 다른 오해는 두 자국이 항상 같은 속도로 옅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혈관성 홍반은 혈관이 가라앉는 속도에, 색소침착은 턴오버 속도에 달려 있어서 같은 사람의 피부에서도 자국마다 없어지는 시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오해는 자국이 남았을 때 손으로 만지거나 뜯어내려는 것입니다. 물리적 자극은 오히려 염증을 다시 일으켜 혈관을 더 확장시키거나 색소를 더 자극할 수 있어, 두 자국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안내됩니다.
두 자국의 원인을 구별해서 접근하면, 맞지 않는 제품에 시간을 쓰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혼자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피부과에서 육안 검사와 디아스코피로 자국의 성격을 먼저 확인하고 관리 방향을 정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안내됩니다.
References
Korean Dermatological Association,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AAD), and 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 (MFDS).
이 글이 도움이 되었나요?
About this article
진료하는 미용 의사가 작성했으며 일반적인 교육 목적입니다. 개인별 의학적 조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Read next

여드름 자국이 갈색으로 오래 남는 염증후 색소침착의 원인과 서서히 옅어지는 회복 원리
여드름이 낫고 나서도 오래 남는 갈색 자국, 그 이름은 염증후 색소침착입니다. 염증이 왜 멜라닌을 자극하는지, 자국이 왜 천천히만 옅어지는지, 자외선 차단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를 쉬운 비유로 정리했습니다.
By Dr. Kim

몸에 하나둘 늘어나는 붉은 점 체리혈관종이 왜 생기는지 원인과 레이저로 없애는 방법
나이가 들면서 몸에 하나둘 늘어나는 붉은 점, 체리혈관종이 왜 생기는지 혈관 구조 변화로 짚어봅니다. 혈관 레이저가 헤모글로빈에 반응해 점을 없애는 원리와 회복, 재발까지 쉽게 풀어 설명합니다.
By Dr. Kim

여드름 붉은 자국, 갈색 색소자국이나 흉터와 어떻게 다른지 PDL 레이저 관리법까지
여드름이 가라앉은 자리에 남는 붉은 자국(PIE)이 왜 생기는지, 갈색 색소침착(PIH)이나 파인 흉터와 어떻게 다른지, 저절로 옅어지는 기간과 브이빔 엑셀브이 같은 혈관 레이저로 옅히는 원리, 집에서 자외선 차단과 진정으로 관리하는 법, 흉터로 굳기 전에 관리해야 하는 이유를 실제 논문 수치로 쉽게 정리합니다.
By Dr.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