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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미와 잡티의 색소가 피부 표피와 진피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레이저 치료법이 달라지는 이유

By Dr. Lee5 min read

거울을 보다가 갑자기 눈에 띄는 갈색 반점, 흔히 기미나 잡티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같은 갈색이어도 피부 속에서는 전혀 다른 위치에 자리 잡고 있을 수 있습니다. 어떤 색소는 피부 표면 바로 아래, 어떤 색소는 그보다 훨씬 깊은 층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 깊이 차이 하나가 어떤 치료가 잘 듣고 어떤 치료가 잘 안 듣는지를 가르는 가장 큰 변수입니다. 그래서 병원에서 색소를 진단할 때 색깔이나 크기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이 색소가 표피와 진피 중 어디에 더 많이 있는지를 함께 확인합니다.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속사정이 다르면 접근 방법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색소침착은 표피와 진피 중 어디에 생길까?

피부는 크게 두 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바깥쪽은 표피, 그 아래는 진피입니다. 표피를 벽지, 진피를 벽지 속 벽 구조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벽지에 얼룩이 묻으면 표면만 닦아내거나 벽지를 갈면 되지만, 벽 안쪽 배관에 얼룩이 스며들었다면 벽지만 갈아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색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외선을 많이 받거나 염증이 반복되면 표피 안의 멜라닌세포(피부색을 만드는 세포)가 멜라닌 색소를 과도하게 만듭니다. 이 색소가 표피 안에만 머물면 표피형 색소침착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진피까지 흘러 들어가면 진피형 색소침착이 됩니다. 기미, 검버섯, 주근깨, 염증 후 색소침착 모두 겉보기엔 비슷해도 실제로는 이 두 층 중 어디에 더 많이 있는지가 다릅니다.

표피 색소는 왜 치료 반응이 빠를까

표피는 피부에서 가장 얕은 층이라 두께가 얇습니다. 그래서 표피 안에 있는 색소는 피부 표면에서 가깝고, 세포가 새로 만들어지고 벗겨지는 순환(각질 턴오버) 주기도 짧습니다. 보통 4주 안팎으로 표피 세포가 교체되기 때문에, 색소를 만드는 자극만 줄여주면 자연스럽게 옅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치료 측면에서도 표피 색소는 유리합니다. 하이드로퀴논이나 트라넥삼산 같은 미백 성분은 멜라닌세포가 색소를 만드는 과정 자체를 억제하는데, 표피는 성분이 침투해야 하는 거리가 짧아서 효과가 비교적 빨리 나타납니다. 레이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표피에 머무는 색소는 파장이 얕게만 도달해도 충분히 파괴할 수 있어서, 상대적으로 순한 세팅으로도 반응이 좋습니다.

진피 색소는 왜 다루기 더 어려울까?

진피는 표피보다 훨씬 두껍고 혈관, 신경, 콜라겐 조직이 촘촘하게 얽혀 있습니다. 색소가 이 안까지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진피에 있는 색소는 대개 멜라닌세포가 직접 만든 것이라기보다, 표피에서 흘러내린 멜라닌을 대식세포(몸속 청소 세포)가 삼켜서 그 안에 오래 머무는 형태가 많습니다.

문제는 이 대식세포가 표피처럼 빨리 교체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한번 자리를 잡으면 몇 달에서 몇 년까지도 그대로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표피 색소보다 자연 소실 속도가 훨씬 느리고, 바르는 미백 성분은 진피까지 충분한 농도로 도달하기 어려워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표면만 관리해서는 벽 안쪽 얼룩까지 지울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표피 색소에는 어떤 치료 원리가 쓰일까

표피형 색소침착에는 표면 가까이 작용하는 방법들이 우선 고려됩니다. 국소 미백제, 각질 관리를 돕는 필링, 얕은 파장의 토닝 레이저 등이 대표적입니다.

  • 국소 미백제: 하이드로퀴논, 트라넥삼산, 나이아신아마이드 같은 성분이 멜라닌세포의 색소 생성 신호를 낮춥니다. 표피에만 작용해도 충분하기 때문에 침투 거리가 짧아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 필링: 각질층을 얇게 벗겨내 표피의 턴오버를 강제로 앞당깁니다. 색소를 머금은 오래된 각질세포가 빨리 떨어져 나가도록 돕는 원리입니다.
  • 저출력 토닝 레이저: 낮은 에너지로 여러 번 나눠 쬐어 표피 멜라닌을 서서히 부수는 방식입니다. 한 번에 강하게 태우지 않고 여러 세션에 걸쳐 나눠 다루기 때문에 표피에 국한된 색소를 다루기에 적합합니다.

진피 색소에는 어떤 치료 원리가 쓰일까

진피 색소는 표면 치료만으로는 잘 닿지 않기 때문에, 더 깊이 도달하는 파장이나 색소를 직접 겨냥하는 레이저가 쓰입니다. 대표적으로 큐스위치(Q-switched) 방식이나 피코초 단위로 빛을 쏘는 레이저가 있습니다. 이런 레이저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강한 에너지를 색소 입자에 집중시켜, 열 손상을 주변 조직에 퍼뜨리지 않으면서 색소만 잘게 부숩니다.

색소가 잘게 부서지면 몸속 면역세포가 이 조각들을 서서히 청소합니다. 부서진 색소 조각을 대식세포가 다시 삼켜 림프계를 통해 빼내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표피 색소보다 결과가 눈에 보이기까지 시간이 더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진피는 혈관과 신경이 많아 자극에 예민하고, 잘못된 세팅으로 자극을 주면 오히려 진피 안에 새로운 염증성 색소침착이 생길 수 있어 파장과 출력 선택이 더 조심스럽습니다.

치료 전 깊이를 어떻게 구별할까

같은 갈색 반점이라도 표피형인지 진피형인지, 혹은 두 층이 섞여 있는 혼합형인지 육안만으로 정확히 가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진료 현장에서는 우드등(자외선을 이용한 특수 조명 검사)이나 피부 확대경으로 색소 경계와 색조를 살펴 깊이를 가늠하는 방법이 흔히 쓰입니다.

  • 표피형: 경계가 비교적 뚜렷하고 우드등 아래에서 색이 더 진하게 도드라져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색소가 얕은 층에 몰려 있어 빛 반사 차이가 크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 진피형: 경계가 흐릿하고 우드등을 비춰도 색 차이가 거의 두드러지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색소가 깊이 있어 빛이 충분히 반사되어 돌아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 혼합형: 두 특징이 함께 섞여 나타나며, 실제 임상에서는 이 혼합형이 상당히 흔한 편입니다.

치료 계획을 세울 때 무엇을 놓치기 쉬울까

색소 치료에서 흔히 하는 오해 하나는, 진피 색소에도 표피용 방법을 먼저 세게 써보고 안 되면 바꾸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진피는 자극에 예민한 층이라, 맞지 않는 방식으로 반복 자극을 주면 오히려 새로운 색소침착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깊이에 맞는 방법을 고르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유리합니다.

또 하나는 치료 속도에 대한 기대입니다. 표피 색소는 몇 주 안에 변화가 보이기도 하지만, 진피 색소는 원래 대사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구조라서 여러 세션에 걸쳐 서서히 옅어지는 경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간에 효과가 더디다고 느껴져도, 진피 색소는 원래 그런 속도로 움직인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으면 치료 과정을 지켜보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자외선 차단은 표피형이든 진피형이든 공통으로 중요합니다. 자외선은 멜라닌세포를 다시 자극해 새 색소를 만들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서, 치료로 옅어진 색소가 유지되려면 이후 관리가 함께 따라와야 합니다. 자외선 차단제를 매일 덧바르는 습관은 이미 만들어진 색소를 없애주지는 않지만, 멜라닌세포가 다시 색소를 찍어내는 신호를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치료와 자외선 차단은 따로 떼어 생각하기보다, 하나의 과정으로 묶어서 관리하는 편이 결과가 오래갑니다.

또한 같은 사람이라도 얼굴 부위마다 색소 깊이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광대뼈 주변처럼 자외선을 오래 받은 부위는 진피까지 색소가 스며든 경우가 흔하고, 상대적으로 덜 노출되는 부위는 표피에만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한 얼굴 안에서도 부위별로 다른 치료 세팅이 필요한 경우가 있으며, 이 역시 색소 깊이를 먼저 확인해야 판단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References

Korean Dermatological Association,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AAD), and 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 (MF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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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article

진료하는 미용 의사가 작성했으며 일반적인 교육 목적입니다. 개인별 의학적 조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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