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ttytime
Skincare

입 주위에 자꾸 올라오는 붉은 발진, 스테로이드 연고와 자극 성분이 만들어내는 원리와 관리

By Dr. Kim5 min read

입술 주변에만 좁쌀 같은 붉은 발진이 자꾸 올라온다면 입주위 피부염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입 주변에 몰려서 생기는 발진인데, 신기하게도 입술 바로 옆의 얇은 테두리는 비워둔 채 그 바깥쪽으로만 좁쌀 같은 것들이 다닥다닥 생깁니다.

여드름과 헷갈리기 쉽지만 검은 블랙헤드가 없고, 자리가 입 주변과 코 옆, 눈 밑까지 번지기도 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그리고 흔히 여드름약이나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면 처음엔 가라앉는 듯하다가 다시 심해지는 특징이 있어서, 그냥 참거나 잘못된 연고를 계속 바르다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입 주변에서만 이런 일이 생기는지, 그 기전을 하나씩 풀어봅니다.

입 주위에만 붉은 발진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입 주변 피부는 하루에도 수백 번 움직입니다. 말하고 먹고 침을 삼키는 동안 계속 늘어나고 접히기 때문에, 다른 부위보다 피부 장벽이 마찰과 자극에 더 자주 노출됩니다.

또한 이 부위는 침, 음식물, 치약 거품, 립밤 같은 것들이 하루에도 여러 번 닿는 자리입니다. 피부 장벽이란 각질층이 수분과 자극 물질을 걸러주는 벽 같은 구조인데, 이 벽이 여러 자극에 반복해서 노출되면 조금씩 얇아지고 헐거워집니다. 벽이 헐거워진 자리로 자극 물질과 세균이 더 쉽게 파고들면서 모낭 주변에 작은 염증이 켜지는 것입니다. 입술 바로 옆의 얇은 테두리가 비어 있는 이유도 그 부위는 점막에 가까워 모낭 자체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됩니다.

스테로이드 연고가 오히려 발진을 키우는 원리

가장 흔한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스테로이드 연고입니다. 얼굴에 뭔가 붉은 게 올라오면 흔히 집에 있는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는데, 처음 며칠은 붉은기가 가라앉아서 효과가 있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스테로이드는 염증을 일으키는 면역 반응 자체를 억누르는 약입니다. 소방차가 불을 끄듯 염증 신호를 강제로 꺼버리는 셈인데, 문제는 그 불이 왜 났는지는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스테로이드를 계속 바르면 피부의 정상적인 면역 감시 기능까지 함께 눌리면서, 원래라면 억제됐을 세균과 자극 반응이 오히려 늘어날 자리를 얻습니다.

그래서 연고를 끊으면 눌려 있던 염증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면서 이전보다 더 붉고 넓게 발진이 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흔히 스테로이드 리바운드라고 부르는데, 마치 눌러 놓았던 용수철을 놓으면 더 세게 튀어 오르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그래서 입주위 피부염이 의심되면 자가로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기보다 원인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불소 치약과 자극 성분이 피부 장벽을 무너뜨리는 과정

불소가 들어간 치약도 오래전부터 지목되어 온 원인 중 하나입니다. 양치질을 하면 치약 거품이 입 주변 피부에 자연스럽게 닿는데, 불소 성분이 이 부위 피부를 자극해 장벽을 약하게 만든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계면활성제 성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치약 거품을 잘 나게 하는 계면활성제는 기름때를 씻어내는 세정력이 강한 만큼, 피부 표면의 정상적인 지질막까지 함께 씻어낼 수 있습니다. 지질막은 피부 각질 사이사이를 메우는 기름 성분인데, 이 막이 벗겨지면 수분이 쉽게 빠져나가고 외부 자극이 더 깊이 들어옵니다. 벽돌 사이 시멘트가 빠지면 벽 전체가 헐거워지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그래서 입주위 피부염이 반복되는 사람이라면 불소가 없는 치약이나 순한 계면활성제로 바꿔보는 것이 하나의 시도로 권장되기도 합니다. 다만 사람마다 반응하는 성분이 달라서, 치약을 바꾼다고 모두에게 즉시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무거운 크림과 화장품이 모낭을 막는 이유

두꺼운 보습크림이나 오일 성분이 많이 든 화장품도 흔한 유발 요인입니다. 얼핏 생각하면 보습을 열심히 할수록 피부가 좋아질 것 같지만, 입 주변처럼 자극에 예민한 부위에서는 반대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무거운 크림은 피부 표면을 얇은 막처럼 덮어서 공기와 수분의 흐름을 막습니다. 이런 상태를 폐색이라고 부르는데, 폐색된 피부 아래에서는 열과 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힙니다. 그 안에서 모낭 주변에 자리 잡고 있던 상재균이나 자극 성분이 오히려 늘어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비닐하우스 안이 데워지면서 습해지듯, 크림 아래 피부도 비슷한 환경이 되는 셈입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제품이 흔히 지목됩니다.

  • 두꺼운 오일 베이스 보습제: 지질막을 보충하는 목적이지만 과하게 두껍게 바르면 폐색이 심해져 모낭 주변 염증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습니다.
  • 자외선 차단제 중 유분이 많은 제형: 특히 입 주변에 두껍게 덧바르는 습관이 있으면 같은 방식으로 폐색을 만듭니다.
  • 파운데이션, 컨실러 같은 커버력 높은 메이크업: 안료와 오일 성분이 뒤섞여 모공을 막고, 씻어내는 과정에서 다시 마찰 자극을 더합니다.

여드름이나 지루피부염과 헷갈리는 이유

입주위 피부염은 여드름, 지루피부염과 겉모습이 비슷해서 자주 혼동됩니다. 셋 다 얼굴에 붉은 발진이나 좁쌀 같은 것이 올라온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드름은 피지가 막힌 블랙헤드나 화이트헤드가 먼저 보이는 경우가 많은 반면, 입주위 피부염은 그런 막힌 모공 없이 작고 균일한 붉은 발진과 좁쌀만 도드라집니다. 그리고 지루피부염은 눈썹, 코 옆, 두피처럼 피지가 많은 부위에 각질과 기름기가 함께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입주위 피부염은 각질보다는 입 주변에 국한된 발진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래서 자가 진단으로 여드름약이나 스테로이드를 바르기보다는, 발진이 2주 이상 이어지면 정확히 어떤 상태인지 확인받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원인이 다르면 관리 방법도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스테로이드를 끊으면 왜 더 심해질까?

입주위 피부염 치료의 첫걸음은 대부분 스테로이드 연고를 끊는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끊으면 며칠에서 몇 주 사이 발진이 오히려 더 심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앞서 설명한 리바운드 반응 때문입니다. 스테로이드가 오래 눌러온 염증 반응이 약이 사라지자마자 한꺼번에 다시 켜지는 것입니다. 용수철을 오래 눌러둘수록 놓았을 때 더 세게 튀는 것처럼, 스테로이드를 오래 사용했을수록 끊은 뒤의 반동도 더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스테로이드를 갑자기 완전히 끊기보다는, 사용 강도를 서서히 낮추거나 다른 치료로 바꿔가며 관리하는 방식이 권장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시기를 잘 견뎌야 이후 염증이 안정되는 흐름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설명됩니다.

자극을 줄이는 치료의 기본 방향

치료의 기본 방향은 자극 요인을 최대한 줄이고, 무너진 피부 장벽이 스스로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방법이 함께 쓰입니다.

  • 국소 항생제 연고: 메트로니다졸이나 에리스로마이신 성분의 연고는 모낭 주변 염증을 가라앉히는 목적으로 쓰입니다. 세균 증식을 억제하면서도 스테로이드처럼 면역 반응 자체를 강하게 누르지 않기 때문에 리바운드 위험이 적다고 설명됩니다.
  • 경구 항생제: 발진이 넓거나 좁쌀 형태의 농포가 많을 때는 독시사이클린 같은 테트라사이클린 계열 약을 일정 기간 먹는 방식도 쓰입니다. 이 계열 약은 항균 작용과 함께 염증 반응 자체를 누그러뜨리는 성질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보습제와 화장품 최소화: 치료 기간 동안은 순하고 가벼운 제형만 남기고 나머지는 잠시 쉬는 것이 회복을 돕는다고 안내됩니다. 자극원을 줄여야 장벽이 회복할 여유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관리 중 피해야 할 습관들

발진이 가라앉는 동안에는 새로운 자극을 더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 두꺼운 보습크림과 오일 제형은 회복 기간 동안 잠시 쉬는 것이 권장됩니다. 폐색으로 인한 염증이 다시 켜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알 수 없는 새 화장품이나 자극적인 각질 제거 제품은 이 시기에 새로 시도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고 안내됩니다. 아직 자리 잡지 못한 피부 장벽에는 작은 자극도 크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 뜨거운 물로 세안하거나 세게 문지르는 습관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열과 마찰 모두 장벽을 더 얇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 스테로이드 연고가 남아 있다면 임의로 다시 바르지 않는 것이 권장됩니다. 당장은 편해 보여도 리바운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References

Korean Dermatological Association,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AAD), and 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 (MFDS).

이 글이 도움이 되었나요?

About this article

진료하는 미용 의사가 작성했으며 일반적인 교육 목적입니다. 개인별 의학적 조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Read next

Back to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