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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피엘 하나로 잡티와 홍조, 넓은 모공까지 한 번에 다루는 원리와 그 분명한 한계점

By Dr. Kim5 min read

거울을 볼 때마다 눈에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닌 분들이 많습니다. 어떤 날은 잡티가 유독 진해 보이고, 어떤 날은 볼 쪽 붉은기가 신경 쓰이고, 또 어떤 날은 모공이 넓어 보여 화장이 뜹니다. 그런데 피부과에서 아이피엘(IPL) 한 가지 시술로 이 여러 고민을 같이 다룬다는 이야기를 듣고 의아했던 적이 있을 겁니다.

한 가지 장비가 어떻게 서로 다른 문제를 동시에 건드릴 수 있을까요. 그 답은 아이피엘이라는 이름 자체에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아이피엘이 피부 속에서 정확히 어떤 경로로 작용하는지, 왜 여러 고민을 함께 다룬다고 말하는지 차근히 풀어봅니다.

아이피엘, 정확히 뭘 쏘는 장비일까?

아이피엘은 Intense Pulsed Light의 줄임말입니다. 우리말로 옮기면 강한 펄스(짧게 끊어 쏘는) 빛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레이저와 달리 빛의 파장이 하나로 딱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레이저는 단일한 색의 손전등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빨간색이면 빨간색 빛만, 초록색이면 초록색 빛만 나옵니다. 반대로 아이피엘은 여러 색이 섞인 백색 손전등에 가깝습니다. 실제로는 500나노미터에서 1200나노미터 사이의 넓은 대역 빛을 한꺼번에 쏩니다. 필터를 끼워서 원하는 파장 범위만 걸러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여러 파장이 섞여서 피부에 도달한다는 점이 레이저와 가장 큰 차이입니다.

왜 여러 파장을 한꺼번에 쏘면 여러 문제를 같이 건드릴 수 있을까?

빛이 피부 속 어떤 성분에 흡수되려면 그 성분이 좋아하는 파장이 있어야 합니다. 이걸 선택적 광열분해라고 부르는데, 말이 어렵지 원리는 간단합니다. 특정 색을 좋아하는 물질에만 빛 에너지가 쏙 흡수되고 주변 조직은 상대적으로 덜 다친다는 뜻입니다.

피부 속에서 빛을 잘 흡수하는 대표적인 성분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멜라닌으로, 잡티나 기미 같은 색소를 만드는 갈색 색소입니다. 다른 하나는 헤모글로빈으로, 혈관 속 붉은 색소이자 홍조나 실핏줄의 원인입니다.

문제는 이 둘이 좋아하는 파장이 서로 다르다는 점입니다. 멜라닌은 비교적 짧은 파장 쪽에서, 헤모글로빈은 조금 더 넓은 범위에서 빛을 흡수합니다. 레이저처럼 파장이 하나뿐이면 둘 중 하나만 골라서 다뤄야 합니다. 하지만 아이피엘은 넓은 대역의 빛을 한 번에 쏘기 때문에, 그 안에 멜라닌이 좋아하는 파장과 헤모글로빈이 좋아하는 파장이 같이 들어 있습니다. 한 번의 조사로 두 표적이 동시에 반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여러 개의 열쇠를 한 뭉치로 들고 다니는 것과 비슷합니다. 문마다 맞는 열쇠가 다르지만, 열쇠 꾸러미 하나만 있으면 어떤 문 앞에서든 맞는 열쇠를 찾아 쓸 수 있습니다. 아이피엘의 넓은 빛도 마찬가지입니다. 멜라닌이라는 문 앞에서는 짧은 파장이, 헤모글로빈이라는 문 앞에서는 조금 더 긴 파장이 알아서 반응하는 셈입니다.

잡티는 어떤 경로로 옅어질까?

멜라닌에 흡수된 빛 에너지는 열로 바뀝니다. 이 열이 색소를 담고 있는 미세한 덩어리(멜라노좀)를 순간적으로 가열해 쪼개는 방식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쪼개진 색소 조각은 이후 피부 표면의 각질 턴오버 과정을 통해 점차 위로 밀려 올라와 떨어져 나가거나, 몸 안의 청소 세포들이 서서히 처리합니다.

그래서 아이피엘을 받은 뒤 5일에서 10일 정도 기존 잡티가 오히려 더 진하게 보이는 경우가 흔합니다. 색소가 표면 쪽으로 떠오르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를 지나면서 각질과 함께 떨어져 나가며 자연스럽게 옅어지는 흐름을 보입니다.

홍조와 실핏줄은 왜 함께 옅어질까?

헤모글로빈이 흡수한 빛 에너지도 마찬가지로 열로 바뀝니다. 이 열이 확장되어 있거나 비정상적으로 튀어나온 실핏줄 벽에 전달되면서 혈관이 서서히 응고되고 수축하는 반응이 일어난다고 설명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렇게 반응한 혈관은 몸에서 서서히 흡수되어 사라지고, 주변의 정상 혈관은 그대로 남습니다.

멜라닌 반응과 마찬가지로 이 과정도 한 번에 끝나지 않습니다. 혈관 벽 두께나 위치에 따라 열이 전달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3회에서 5회에 걸쳐 조금씩 옅어지는 흐름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됩니다.

피부 톤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멜라닌은 잡티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피부 전체의 색을 정하는 표피에도 멜라닌이 고르게 퍼져 있습니다. 그래서 피부가 원래 까무잡잡하거나 최근 햇볕에 많이 그을린 상태라면, 빛이 잡티만 골라 흡수되지 않고 표피 전체에도 상당히 흡수됩니다.

배경색이 진하면 표적만 골라 때리기가 어려워지는 셈입니다. 그러면 두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하나는 정작 잡티까지 도달하는 에너지가 줄어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표피 전체가 필요 이상으로 열을 받아 화상이나 오히려 색소가 진해지는 부작용 위험이 커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피부과에서 시술 전에 피부 톤을 확인하고, 최근 태닝이나 일광 노출이 있었는지 꼭 묻습니다. 피부가 원래 흰 편이거나 최근 자외선 노출이 적을수록 표피 멜라닌이라는 배경 잡음이 적어, 진짜 표적인 잡티나 혈관에 에너지가 더 정확히 실립니다.

필터를 바꿔 끼우면 왜 결과가 달라질까?

아이피엘은 500에서 1200나노미터 사이의 넓은 빛을 쏜다고 앞서 설명했습니다. 이 중 짧은 파장 쪽은 표피의 멜라닌에 흡수되는 비율이 특히 높습니다. 그래서 실제 장비에는 특정 파장 아래를 걸러내는 필터가 달려 있습니다. 짧은 파장을 걸러내는 문지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필터를 낮은 숫자로 맞추면 그보다 짧은 빛만 걸러지고 나머지 넓은 대역이 살아남아, 멜라닌 쪽에 더 가까운 반응이 두드러집니다. 반대로 필터 숫자를 높게 잡으면 짧은 파장이 더 많이 걸러지면서 상대적으로 헤모글로빈 쪽 반응이 두드러집니다.

피부가 얇거나 예민한 부위, 색소가 유독 진한 부위에서는 필터 값을 조정해 자극의 세기를 조절하는 것도 이런 원리 때문입니다. 결국 같은 장비라도 어떤 필터를 끼우느냐에 따라 잡티 쪽에 무게를 둘지, 홍조 쪽에 무게를 둘지가 달라지는 셈입니다.

레이저와 정확히 뭐가 다를까?

같은 빛 시술이라도 아이피엘과 레이저는 작동 방식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 파장의 폭이 다릅니다. 레이저는 단일 파장, 아이피엘은 넓은 대역의 파장을 씁니다. 그래서 레이저는 한 가지 표적에 더 정밀하게 집중할 수 있고, 아이피엘은 여러 표적을 동시에 넓게 다룰 수 있습니다.
  • 다루는 범위가 다릅니다. 레이저는 색소나 혈관 등 목적에 맞춰 각각 다른 장비를 써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이피엘은 필터 교체만으로 한 장비에서 여러 파장대를 조절할 수 있어 한 번의 시술 세션에서 여러 고민을 같이 다루는 방식으로 활용됩니다.
  • 자극의 성격이 다릅니다. 레이저는 파장이 단일하고 에너지가 한 지점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부위별로 더 강한 자극을 줄 수 있는 반면, 아이피엘은 에너지가 여러 파장으로 나뉘어 분산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순한 자극으로 여러 번에 걸쳐 개선을 유도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모공이 좁아 보이는 것도 같은 원리일까?

모공이 넓어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모공 주변 피부의 탄력이 떨어지고 진피 속 콜라겐(피부를 받치는 기둥 같은 단백질 섬유) 지지력이 약해지기 때문입니다. 아이피엘의 열 자극이 진피까지 은근하게 전달되면 섬유아세포(콜라겐을 만드는 세포)가 자극을 받아 콜라겐 생성을 늘리는 반응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콜라겐이 늘고 피부 조직이 조금씩 촘촘해지면 모공을 둘러싼 피부가 팽팽해지면서 모공이 상대적으로 좁아 보이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반응은 멜라닌이나 헤모글로빈 반응처럼 즉각적이지 않고, 콜라겐이 새로 합성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시술 후 4주에서 12주에 걸쳐 서서히 나타나는 변화로 보고됩니다.

회차는 왜 나눠서 받아야 할까?

한 번의 시술로 모든 색소와 혈관이 반응하지는 않습니다.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색소나 혈관마다 깊이와 굵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표면에 가까운 것부터 먼저 반응하고, 더 깊거나 굵은 것은 3회에서 5회의 열 자극이 누적돼야 반응이 나타납니다.
  2. 안전한 에너지 범위 안에서 시술하기 때문입니다. 한 번에 너무 강한 에너지를 쏘면 화상이나 색소침착 같은 부작용 위험이 커지므로, 안전한 세기로 나누어 반복하는 방식이 일반적으로 권장됩니다.
  3. 콜라겐 재생처럼 시간이 필요한 반응이 있기 때문입니다. 모공이나 피부결 개선은 즉각 반응이 아니라 누적된 자극에 따라 서서히 나타나는 변화라서, 3주에서 4주 간격을 두고 3회에서 5회를 진행하는 흐름이 자연스럽습니다.

시술 후에는 자외선 차단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됩니다. 시술 직후 피부는 멜라닌 생성 관련 반응이 예민해져 있는 상태라, 이때 자외선에 많이 노출되면 오히려 색소침착이 다시 짙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References

Korean Dermatological Association, 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 (MFDS),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AAD), and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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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하는 미용 의사가 작성했으며 일반적인 교육 목적입니다. 개인별 의학적 조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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