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오돌토돌 번지는 편평사마귀, 짜거나 뜯으면 왜 오히려 더 넓게 퍼진다고 할까?
By Dr. Kim5 min read

거울을 보다가 이마나 손등, 목 주변에 좁쌀만한 것들이 무리 지어 올라온 걸 발견하면 여드름인가 싶어 짜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짜도 고름 같은 게 안 나오고, 오히려 2주에서 4주 뒤에는 옆으로 몇 개가 더 생겨 있습니다. 이럴 때 의심해볼 수 있는 것이 편평사마귀입니다.
편평사마귀는 여드름이나 뾰루지와 원인 자체가 다른 피부 병변입니다. 그래서 짜거나 뜯는 방식으로 다루면 없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넓은 면적으로 번지는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점이나 여드름과는 어떻게 구별하는지 아래에서 하나씩 다룹니다.
편평사마귀는 정확히 어떤 병변일까?
편평사마귀는 이름 그대로 표면이 편평하게 튀어나온 작은 병변입니다. 크기는 좁쌀에서 팥알 정도이고, 색은 살구색이나 옅은 갈색을 띠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한두 개만 생기지 않고 이마, 손등, 목 주변에 수십 개가 무리 지어 올라옵니다. 이렇게 한꺼번에 많이 생기는 특징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은 여드름이나 좁쌀 여드름으로 오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편평사마귀는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이라, 접근 방식 자체가 여드름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만져보면 여드름처럼 뾰족하게 솟아 있지 않고, 손끝으로 쓸었을 때 거의 평평하게 느껴지는 것도 특징입니다. 그래서 이름에도 편평이라는 말이 붙습니다. 크기가 작고 개수가 많다 보니 처음에는 그냥 피부결이 거칠어진 정도로 넘기다가, 4주에서 8주 지나 개수가 눈에 띄게 늘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흔합니다.
특히 아이들과 젊은 성인에게서 자주 보고되는 편인데, 피부 접촉이 잦고 면역 체계가 새로운 바이러스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시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많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때까지 방치하면 번지는 범위가 커질 수 있어 초기에 성질을 파악해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왜 하필 바이러스가 원인일까?
편평사마귀를 만드는 것은 사람유두종바이러스, 흔히 HPV라고 줄여 부르는 바이러스입니다. HPV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 특정 유형이 피부의 가장 바깥층인 표피 세포 안으로 파고들면서 편평사마귀가 만들어집니다.
바이러스가 세포 안에 들어가면 그 세포에게 원래보다 훨씬 빠르게 자라고 분열하라는 잘못된 신호를 계속 보냅니다. 마치 자동차 액셀을 누군가 몰래 계속 밟고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 결과 세포가 정상보다 두껍고 빠르게 쌓이면서 피부 표면에 볼록한 병변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여드름을 만드는 세균이나 곰팡이균과 달리, 바이러스는 항생제로 없앨 수 없습니다. 세균은 밖에서 약을 뿌리면 죽일 수 있지만, 바이러스는 이미 내 세포 안에 숨어서 세포의 기계를 빌려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편평사마귀를 없애려면 바이러스만 콕 집어 죽이는 약보다, 감염된 세포 자체를 제거하거나 몸의 면역이 알아서 찾아내도록 돕는 방식을 씁니다.
짜거나 뜯으면 왜 오히려 더 넓게 퍼질까?
편평사마귀를 손톱으로 짜거나 뜯으면 그 안에 있던 바이러스 입자가 밖으로 나와 손이나 주변 피부에 묻습니다. 이 상태에서 손으로 얼굴 다른 부위를 만지거나 면도날이 스치고 지나가면, 바이러스가 새로운 부위로 옮겨 붙어 그곳에서 다시 자리를 잡습니다.
이렇게 자극을 받은 피부에 새로운 병변이 줄지어 생기는 현상을 피부과에서는 자가접종이라고 부릅니다. 물감 묻은 손으로 이곳저곳을 만지면 손이 닿은 자리마다 물감 자국이 남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상처가 나거나 긁힌 자리는 표피 장벽이 얇아져 있어서, 바이러스가 그 틈으로 더 쉽게 파고듭니다.
그래서 편평사마귀가 있는 자리를 짜거나 뜯으면 원래 병변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주변으로 줄지어 새 병변이 번지는 결과가 흔하게 나타납니다. 면도를 할 때 병변 위로 면도날이 지나가면 그 방향을 따라 일렬로 새 병변이 생기는 경우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여드름은 짜면 안에 있던 피지와 고름이 밖으로 나오고 그걸로 끝입니다. 하지만 편평사마귀는 짜낸다고 해서 바이러스까지 함께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바이러스가 손과 주변 피부로 흩어져 새로운 씨앗을 뿌리는 셈입니다. 눈에는 똑같이 짜는 행동처럼 보여도 결과가 정반대로 나타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점이나 여드름과 어떻게 구별할까?
편평사마귀는 생김새가 애매해서 점이나 여드름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생기는 원리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몇 가지 특징만 알면 구별에 도움이 됩니다.
- 점은 멜라닌 색소를 만드는 세포가 한자리에 뭉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 시간이 지나도 개수가 갑자기 늘지 않고 대체로 진한 갈색이나 검은색을 띱니다. 원인이 바이러스가 아니기 때문에 옆 사람에게 옮기지도 않습니다.
- 여드름은 모공 속에 피지와 각질, 세균이 쌓여 생기는 염증성 병변이라 붉게 부어오르고 만지면 아픈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편평사마귀는 염증 반응이 거의 없어서 눌러도 통증이 없고 붉은 기도 옅습니다.
- 편평사마귀는 짧은 기간 안에 갑자기 여러 개가 동시에 생기고, 표면이 매끈하면서 편평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개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양상은 바이러스가 자가접종으로 퍼진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증상만으로 애매할 때는 피부과에서 확대경으로 표면 무늬를 확인하거나 필요하면 조직검사로 확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스스로 판단해서 각질제거제나 압출 도구로 건드리는 것보다, 애매한 병변은 먼저 진료를 받아 원인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특히 여드름이라고 생각해서 압출 도구로 눌러 짜본 뒤에도 그대로거나 오히려 개수가 늘었다면, 그 자체가 편평사마귀를 의심할 신호입니다. 여드름은 짜면 속에 있던 내용물이 나오면서 크기가 확 줄어드는 반응이라도 보이는데, 편평사마귀는 눌러도 별다른 변화가 없기 때문입니다.
왜 유독 얼굴과 손등에 잘 퍼질까?
편평사마귀는 특히 얼굴과 손등, 정강이처럼 노출이 잦고 자극을 자주 받는 부위에서 잘 생깁니다. 이 부위들은 손으로 만지거나 면도, 세안으로 마찰이 반복되는 곳이라 미세한 상처가 자주 생기기 때문입니다.
앞서 설명한 자가접종 원리를 떠올리면 이유가 자연스럽게 이해됩니다. 얼굴을 자주 만지는 습관이 있거나, 면도할 때 병변 부위를 스치고 지나가면 바이러스가 그 경로를 따라 옮겨 붙습니다. 그래서 편평사마귀가 있을 때는 해당 부위를 최대한 만지지 않고, 면도 대신 다른 방법을 쓰는 것이 확산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반대로 발바닥이나 등처럼 손이 잘 안 가고 마찰도 적은 부위에는 편평사마귀가 상대적으로 드뭅니다. 같은 바이러스라도 피부가 자주 자극받는 자리에서 더 잘 자리 잡는다는 뜻입니다. 세안 타월을 얼굴에 문지르듯 쓰는 습관이나, 화장을 지울 때 손으로 세게 비비는 습관도 눈에 안 보이는 미세한 상처를 남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제거는 어떤 원리로 이루어질까?
편평사마귀 치료는 결국 바이러스가 자리 잡은 세포를 없애거나, 몸의 면역 체계가 그 세포를 스스로 없애도록 유도하는 두 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집니다.
- 냉동치료는 액체질소로 병변 부위를 순간적으로 얼려 그 안의 세포를 파괴하는 방식입니다. 세포가 얼었다 녹으면서 손상되면, 바이러스가 머물던 공간 자체가 사라지는 원리입니다.
- 레이저 치료는 열에너지로 병변 조직을 태워 제거하는 방식이라, 정밀하게 원하는 깊이까지만 조직을 없앨 수 있다는 장점이 보고되어 있습니다.
- 국소 면역치료는 약물을 발라 그 부위로 면역세포를 불러 모으는 방식입니다. 면역세포가 몰려들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몸이 스스로 인식하고 제거하도록 돕는 원리로 작동합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병변 부위를 다시 자극하면 새로운 병변이 또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치료 후에도 손으로 만지거나 긁지 않는 관리가 함께 필요합니다.
세 가지 방법 모두 결국 목표는 하나, 바이러스가 숨어 있는 세포를 없애는 것입니다. 다만 방법이 다르다 보니 자극의 강도와 회복 기간도 다르게 나타납니다. 그래서 병변 개수와 위치, 피부 상태를 함께 보고 어떤 방식이 맞을지 진료 과정에서 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재발은 왜 잘 될까, 관리는 어떻게 할까?
편평사마귀는 눈에 보이는 병변을 없애도 재발이 잦은 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유는 병변 주변의 겉보기에 멀쩡한 피부에도 바이러스가 이미 퍼져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병변으로 자라지 않았을 뿐, 잠재적으로 언제든 새 병변을 만들 수 있는 상태인 것입니다.
그래서 관리는 눈에 보이는 병변 제거에서 끝나지 않고, 재확산을 막는 생활 습관과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병변을 손으로 만지거나 긁지 않는 것, 면도기나 수건 같은 개인 물품을 따로 쓰는 것, 그리고 새로운 병변이 보이면 방치하지 않고 초기에 진료받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몸의 면역 상태가 바이러스 억제에 관여한다는 보고도 있어,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생활이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도 함께 참고할 만합니다.
References
Korean Dermatological Association, 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 (MFDS),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AAD), and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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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article
진료하는 미용 의사가 작성했으며 일반적인 교육 목적입니다. 개인별 의학적 조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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