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러와 자가지방이식이 시간이 지나며 사라지는 속도와 되돌릴 수 있는지의 근본적인 차이
By Dr. Lee4 min read

필러와 자가지방이식은 둘 다 얼굴에 볼륨을 채우는 시술이지만, 몸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전혀 다릅니다. 필러는 히알루론산이라는 물질을 채워 넣는 것이고, 자가지방이식은 내 몸의 지방세포를 옮겨 심는 것입니다. 재료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는 속도도, 문제가 생겼을 때 되돌릴 수 있는지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두 시술을 놓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결국 이 두 가지입니다.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 그리고 마음에 안 들거나 부작용이 생겼을 때 되돌릴 수 있는지입니다. 이 차이가 왜 생기는지 몸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기전부터 정리했습니다.
필러와 자가지방이식의 재료 차이
필러는 히알루론산(HA, hyaluronic acid)이라는 물질을 인공적으로 가교시켜 만든 젤입니다. 히알루론산은 원래 우리 피부와 관절 속에도 있는 성분이지만, 필러 속 히알루론산은 실 가닥끼리 서로 엮듯 화학적으로 연결(가교)해 잘 풀리지 않게 만든 형태입니다. 그래서 몸은 이 젤을 완전히 내 것은 아닌 물질로 인식합니다.
반면 자가지방이식은 배나 허벅지 같은 부위에서 지방을 뽑아내 얼굴에 옮겨 심는 시술입니다. 옮겨진 지방세포는 원래부터 내 몸의 살아 있는 세포이기 때문에, 몸이 이물질로 인식하지 않습니다. 이 차이가 뒤에서 다룰 흡수 속도와 되돌림 가능성을 가르는 첫 번째 갈림길입니다.
필러가 몸속에서 흡수되는 원리
필러 속 히알루론산은 몸속에 원래 있는 히알루로니다아제(hyaluronidase, 히알루론산을 잘게 분해하는 효소)에 의해 서서히 잘려나갑니다. 마치 실을 가위로 조금씩 잘라내듯, 이 효소가 가교된 사슬을 하나씩 끊어내며 젤의 부피를 줄이는 것입니다.
가교를 얼마나 촘촘하게 했는지에 따라 분해되는 속도도 달라집니다. 가교가 촘촘하고 단단한 필러일수록 효소가 사슬을 끊어내는 데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오래 남고, 가교가 성긴 필러는 상대적으로 빨리 풀어집니다. 그래서 부위와 제품에 따라 유지 기간이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일이 년까지 폭넓게 보고됩니다.
주입한 부위가 얼마나 많이 움직이는지도 흡수 속도에 영향을 줍니다. 입술이나 입 주변처럼 표정을 지을 때마다 근육이 계속 움직이는 자리는 필러가 물리적인 자극을 자주 받아 상대적으로 빨리 흡수되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반대로 움직임이 적은 부위는 같은 제품을 넣어도 더 오래 남는 편입니다. 실을 가만히 두는 것과 자꾸 잡아당기는 것의 차이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자가지방은 왜 이식 초기에 많이 사라질까?
이식된 지방세포는 옮겨지는 순간 원래 혈관과의 연결이 끊어집니다. 세포가 살아남으려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을 새로운 혈관이 자라 들어와야 하는데, 이 과정에는 며칠에서 몇 주가 걸립니다. 그동안 산소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한 세포 상당수는 버티지 못하고 죽습니다.
이 과정은 화분을 옮겨 심는 것과 비슷합니다. 뿌리가 새 흙에서 다시 물을 빨아들이기까지 시들시들해지는 시기를 견뎌야 하는 식물처럼, 지방세포도 새로운 혈관이 자리 잡을 때까지의 고비를 넘겨야 살아남습니다. 그래서 이식 직후에는 부피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그 뒤로는 살아남은 세포만 자리를 잡습니다. 살아남는 정도는 이식 부위, 지방을 다루는 방식, 개인의 혈액 순환 상태에 따라 사람마다 차이가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지속 기간을 가르는 결정적 요인
필러는 처음부터 끝까지 효소가 조금씩 갉아먹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부피가 꾸준히 줄어듭니다. 반면 자가지방은 이식 초기에 세포가 크게 줄어드는 시기를 지나고 나면, 그 뒤로 살아남은 세포는 혈관을 갖춘 정상적인 몸의 일부가 됩니다.
살아남은 지방세포는 더 이상 이물질이 아니라 그냥 내 몸의 지방 조직이기 때문에, 따로 분해되는 효소의 표적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초기 흡수기를 넘긴 뒤에는 반영구적으로 유지된다고 설명됩니다. 다만 체중이 크게 늘거나 줄면 다른 지방 조직처럼 부피가 함께 변할 수 있습니다. 살아 있는 지방이라는 특성 자체가 이런 변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필러는 되돌릴 수 있지만 자가지방은 어려운 이유
필러가 가진 큰 장점 중 하나는 되돌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히알루로니다아제 성분의 용해 주사를 필러가 있는 자리에 놓으면, 몸속에서 서서히 일어나던 분해 반응이 짧은 시간 안에 훨씬 빠르게 일어납니다. 원래 몸이 몇 달에 걸쳐 하던 일을 농축된 효소로 며칠 안에 끝내는 셈입니다.
자가지방은 이런 방법이 없습니다. 살아남은 지방세포는 이미 혈관을 갖추고 주변 조직과 구분되지 않는 내 몸의 일부가 되어 있기 때문에, 특정 위치의 지방만 골라 녹이는 주사나 약물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부피를 줄이려면 지방흡입처럼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수술적 방법을 고려해야 합니다. 결국 필러는 화학적으로 만든 물질이라 화학적으로 되돌릴 수 있고, 자가지방은 살아 있는 조직이라 그만큼 되돌리기 어려운 것입니다.
부작용이 생겼을 때 대처 방식의 차이
필러 시술 중 만에 하나 혈관을 막는 것과 같은 문제가 생기면, 히알루로니다아제를 주사해 막고 있는 필러를 빠르게 녹여 혈류를 되살릴 수 있습니다. 이런 즉각적인 대처 수단이 있다는 점은 필러의 안전성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자가지방이식에서는 살아남지 못한 지방세포 일부가 딱딱한 덩어리나 기름 낭종(지방 괴사, 죽은 지방세포 주변에 생기는 주머니 같은 조직)으로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즉시 녹이는 방법이 없어서 시간을 두고 지켜보거나, 마사지, 바늘로 뽑아내는 처치, 필요하면 작은 절개로 제거하는 방법을 씁니다. 대처 방식 자체가 화학적 용해가 아니라 물리적 처치 쪽으로 기울어지는 이유입니다.
두 시술 모두 시술자의 손기술이 결과에 크게 관여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필러는 주입 깊이와 층을 얼마나 정확히 잡느냐에 따라 붓기와 덩어리짐이 갈리고, 자가지방은 지방을 뽑아내고 정제하는 과정에서 세포가 얼마나 덜 손상되게 다루느냐에 따라 생존율이 달라진다고 설명됩니다. 재료의 성질은 다르지만, 다루는 사람의 숙련도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두 시술 모두에서 중요하게 꼽히는 부분입니다.
나에게는 어떤 시술이 더 잘 맞을까?
선택은 결국 지속 기간과 되돌릴 수 있는지에 대한 우선순위에 따라 달라집니다. 아래 기준을 참고할 만합니다.
- 처음 시도해 보는 부위라면 필러가 부담이 적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거나 문제가 생겨도 녹이는 주사로 되돌릴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 오래 유지되는 결과를 원한다면 자가지방이식이 유리합니다. 초기 흡수기를 넘긴 뒤에는 살아 있는 조직으로 자리 잡아 반영구적으로 남는다고 설명되기 때문입니다.
- 넓은 부위를 채워야 한다면 자가지방이 재료 확보에 유리합니다. 내 몸에서 뽑아낸 지방을 쓰기 때문에 필러보다 많은 용량을 한 번에 다룰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회복 기간이 짧아야 한다면 필러 쪽이 부담이 적습니다. 지방흡입 과정이 따로 없어 붓기와 멍이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두 시술은 경쟁 관계라기보다 상황에 따라 다른 답을 주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어떤 부위를, 얼마나 오래, 어떤 방식으로 채우고 싶은지에 따라 더 잘 맞는 쪽을 고르면 됩니다.
References
Korean Dermatological Association,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AAD), and 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 (MF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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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article
진료하는 미용 의사가 작성했으며 일반적인 교육 목적입니다. 개인별 의학적 조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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