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탈모 원인과 증상, 회복 기간, 재발과 치료까지
By Dr. Lee5 min read

어느 날 머리를 감다가 손끝에 유난히 매끈한 부분이 만져지고, 거울로 보니 동전만 한 크기로 머리카락이 빠져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빗질을 하다가 발견하기도 하고, 미용실에서 먼저 알려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렇게 경계가 뚜렷한 동그란 탈모반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을 원형탈모라고 부릅니다.
많은 사람이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 원인은 그보다 조금 더 복잡합니다. 원형탈모는 몸을 지키는 면역세포가 자기 몸의 모낭을 잘못 공격하면서 생기는 자가면역 반응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스트레스는 이 반응을 촉발하는 여러 방아쇠 중 하나일 뿐, 유일한 원인은 아닙니다. 원형탈모가 왜 생기고 왜 특정 부위에만 동그랗게 나타나는지, 그 원리를 하나씩 짚어봅니다.
원형탈모는 왜 동전 모양으로 빠질까?
머리카락은 자라는 시기인 성장기와 쉬는 시기인 휴지기를 번갈아 가며 순환합니다. 정상적으로는 모낭마다 이 주기가 제각각이라서, 하루에 빠지는 머리카락 개수도 크지 않은 편입니다.
원형탈모는 특정 부위의 모낭들이 한꺼번에 같은 공격을 받아 성장기에서 갑자기 밀려나는 상태입니다. 공격이 한 지점에서 시작해 주변으로 고르게 퍼져 나가기 때문에, 탈모 부위가 동그랗거나 타원형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에 돌을 던지면 파문이 둥글게 퍼지는 모습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머리카락이 빠지는 자리에는 각질이나 염증 자국 없이 두피가 매끈한 것도 특징입니다. 모낭 자체가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성장 신호만 차단되기 때문에, 모낭 구조는 대부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면역세포가 모낭을 공격하는 원리
모낭은 원래 몸의 면역세포가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도록 보호받는 부위입니다. 이를 면역 특권이라고 부르는데, 모낭이 이물질 표시를 줄이고 염증을 억누르는 신호를 내보내 스스로를 방어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몸이 자기 조직을 못 알아보고 공격하는 실수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인 셈입니다.
원형탈모에서는 이 보호막이 무너집니다. 모낭이 위험 신호를 내보내기 시작하면 세포독성 T세포라는 면역세포가 몰려들어 모낭을 이물질로 착각하고 공격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인터페론감마(IFN-감마)라는 물질이 JAK-STAT라는 신호 전달 경로를 타고 염증 반응을 더 키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경비가 사라진 건물에 낯선 사람이 들어와 경보가 계속 울리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이 신호 전달 경로가 원형탈모의 핵심 표적으로 떠오르면서, 최근에는 이 경로를 차단하는 치료제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원형탈모 원인은 유전일까?
원형탈모는 한 가지 원인만으로 생기지 않습니다. 유전적으로 자가면역 반응이 일어나기 쉬운 체질을 타고나고, 여기에 특정 계기가 더해지면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함께 거론됩니다.
- 가족력: 부모나 형제 중 원형탈모나 다른 자가면역질환(갑상선질환, 백반증 등)을 겪은 사람이 있으면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고 보고됩니다. 면역세포가 자기 조직과 남의 조직을 구분하는 방식 자체가 유전적으로 물려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심한 스트레스나 큰 사건: 극심한 정신적 충격이 면역 반응의 균형을 흔드는 방아쇠로 작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염증 신호를 자극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 바이러스 감염이나 큰 수술 이후: 몸이 다른 자극과 싸우느라 면역 균형이 흐트러진 틈을 타 반응이 일어나는 경우가 보고됩니다. 면역계가 한 번 크게 활성화되면 엉뚱한 표적을 공격하는 실수를 저지르기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 다른 자가면역질환 동반: 갑상선질환, 백반증, 아토피 등을 함께 가진 사람에게서 원형탈모가 더 자주 관찰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미 면역계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즉 원형탈모는 유전이라는 배경에 어떤 방아쇠가 겹쳐야 실제로 겉으로 드러나는 질환에 가깝습니다.

스트레스와 원형탈모의 관계
스트레스가 원형탈모의 유일한 원인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많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유전적 소인이 없는 사람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어도 원형탈모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반대로 소인이 있는 사람은 비교적 가벼운 스트레스에도 증상이 시작되기도 합니다.
다만 스트레스가 전혀 무관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스트레스는 면역 반응의 균형을 흔드는 여러 방아쇠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미 자가면역 반응이 일어나기 쉬운 몸 상태에서, 스트레스가 그 반응이 겉으로 드러나는 시점을 앞당기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줄인다고 원형탈모가 바로 예방되지는 않지만, 전반적인 면역 균형을 안정시키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손톱 변화와 탈모가 번지는 범위
원형탈모는 손톱에서도 신호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손톱 표면에 작은 점처럼 파인 자국인 손톱 함몰점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손톱을 만드는 세포와 모낭을 만드는 세포가 비슷한 방식으로 자라기 때문에 같은 면역 공격의 영향을 함께 받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진행 양상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한두 군데 동전만 한 크기로 생겼다가 자연히 회복되는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탈모반이 여러 곳으로 늘어나거나, 드물게는 머리 전체로 번지는 전두탈모, 또는 눈썹과 속눈썹을 포함한 온몸의 털까지 번지는 전신탈모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범위가 넓어지는 경우일수록 면역 반응 자체가 더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그래서 탈모반이 빠르게 늘어나거나 범위가 넓어지는 양상을 보이면, 피부과 진료를 통해 진행 정도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원형탈모는 저절로 나아도 재발할까?
많은 경우 원형탈모는 별다른 치료 없이도 저절로 회복됩니다. 일반적으로 새 머리카락이 다시 자라기 시작하는 데는 4주에서 12주 정도가 걸리고, 눈에 띄게 채워지기까지는 6개월에서 12개월 정도 더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됩니다. 면역 공격이 잦아들면 모낭이 다시 성장 신호를 받아 정상 주기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재발입니다. 원형탈모는 한 번 회복되어도 같은 자리 또는 다른 부위에서 다시 나타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모낭을 이물질로 착각하는 면역세포의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방아쇠가 될 만한 자극이 다시 주어질 때마다 반응이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원인이 되는 유전적 소인 자체는 계속 몸속에 남아 있는 셈입니다.
재발까지 걸리는 기간도 사람마다 달라서, 몇 달 만에 다시 나타나는 사람도 있고 수년간 문제없이 지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원형탈모 치료는 어떻게 할까?
원형탈모 치료는 면역 반응을 가라앉히는 방향으로 이루어집니다. 국소 스테로이드 주사나 연고로 염증 반응을 직접 억제하는 방법이 가장 흔하게 쓰입니다. 모낭 주변에 몰린 면역세포의 공격을 줄여주는 원리입니다.
범위가 넓거나 재발이 잦은 경우에는 앞서 설명한 JAK-STAT 경로를 차단하는 먹는 약인 JAK 억제제가 치료 선택지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바리시티닙 같은 JAK 억제제는 중등도에서 중증 원형탈모 치료제로 허가받은 바 있습니다. 면역세포가 모낭을 공격하도록 만드는 신호 전달 자체를 막아 반응을 줄이는 방식입니다.
다만 어떤 치료든 효과가 나타나는 속도와 정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큽니다. 그래서 치료 방법은 탈모 범위와 진행 속도, 재발 이력 등을 종합해 피부과 전문의와 상의해 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References
Korean Dermatological Association,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AAD), and 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 (MF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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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article
진료하는 미용 의사가 작성했으며 일반적인 교육 목적입니다. 개인별 의학적 조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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