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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A와 BHA 차이점, 피부 타입별 선택과 효과 비교

By Dr. Kim5 min read

화장품 성분표에서 AHA나 BHA라는 글자를 보면 둘 다 그냥 각질제거 성분으로 뭉뚱그려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름도 비슷하고 매대에 나란히 놓여 있는 경우가 많아서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둘은 물에 녹는지 기름에 녹는지부터 다른, 사실상 성격이 정반대인 성분입니다.

AHA(alpha hydroxy acid, 알파 하이드록시산)는 물에 잘 녹아서 피부 표면에서 주로 일하고, BHA(beta hydroxy acid, 베타 하이드록시산)는 기름에 잘 녹아서 피지가 낀 모공 속까지 들어갑니다. 물에 녹는 성분과 기름에 녹는 성분이 어떻게 서로 다른 자리에서 각질을 정리하는지, 그 원리를 하나씩 풀어봅니다.

AHA는 피부 표면에서 어떻게 작용할까?

AHA를 대표하는 성분은 글리콜산(glycolic acid, 사탕수수에서 얻는 산)과 락틱애씨드(lactic acid, 우유에서 얻는 산)입니다. 둘 다 물에 잘 녹는 수용성 성분이라, 피부에 발랐을 때 가장 바깥층인 각질층을 넘어 더 깊이 들어가지 않고 표면 근처에서 작용합니다.

각질층은 죽은 각질세포가 벽돌처럼 층층이 쌓이고 그 사이를 지질이 시멘트처럼 붙잡고 있는 구조입니다. AHA는 이 각질층의 pH를 살짝 낮춰서, 각질세포끼리 붙잡고 있는 결합, 즉 데스모좀(desmosome, 세포와 세포를 이어주는 단백질 다리)을 느슨하게 풀어냅니다. 벽돌을 붙이던 시멘트가 약해지면 벽돌이 하나씩 떨어지듯, 각질세포도 이렇게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가면서 각질이 정리됩니다.

같은 AHA라도 분자 크기에 따라 힘의 세기가 다릅니다. 글리콜산은 AHA 중에서 분자가 가장 작아서 피부에 빠르게 스며들고, 그만큼 각질을 정리하는 힘도 강한 편입니다. 반면 락틱애씨드는 분자가 더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순하게 작용하고, 동시에 수분을 끌어당기는 성질도 있어서 각질 정리와 보습을 함께 챙기는 편입니다.

BHA는 모공 속까지 어떻게 들어갈까?

BHA를 대표하는 성분은 살리실산(salicylic acid)입니다. 살리실산은 구조적으로 아스피린 계열 성분과 가까운데, 이 점이 뒤에서 설명할 진정 효과와도 이어집니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기름에 잘 녹는 지용성이라는 점입니다.

기름 낀 프라이팬을 물걸레로 닦으면 겉면만 닦이고 기름때는 그대로 남지만, 기름때 전용 세제로 닦으면 세제가 기름 속으로 스며들어 안쪽까지 녹여냅니다. BHA도 이와 비슷하게, 모공 안쪽 피지선까지 이어지는 좁은 통로 속 기름을 따라 스며들어 갑니다. 물에 녹는 AHA가 넘어가지 못하는 이 기름 통로를, 기름에 녹는 BHA는 자연스럽게 타고 내려가는 것입니다.

모공 안쪽까지 들어간 살리실산은 피지와 죽은 각질이 뭉쳐 굳어진 마개, 즉 모공을 막고 있는 각질 덩어리의 결합을 풀어내면서 막힌 통로를 정리합니다. 여기에 더해 아스피린과 같은 살리실레이트 계열 성분답게 국소적인 염증 반응을 가라앉히는 성질도 갖고 있어서, 붉고 오돌토돌한 트러블성 피부에도 함께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얼굴 반쪽에는 글리콜산 30%, 반대쪽에는 살리실산 30%를 2주 간격으로 6회씩 발라 비교한 실험이 있습니다. 여드름 병변이 각각 43%, 47% 줄어 둘 다 뚜렷하게 효과를 냈고, 모공 속까지 들어가는 BHA가 트러블 피부에서는 반 발짝 앞선 결과였습니다.
얼굴 반쪽에는 글리콜산 30%, 반대쪽에는 살리실산 30%를 2주 간격으로 6회씩 발라 비교한 실험이 있습니다. 여드름 병변이 각각 43%, 47% 줄어 둘 다 뚜렷하게 효과를 냈고, 모공 속까지 들어가는 BHA가 트러블 피부에서는 반 발짝 앞선 결과였습니다.

AHA와 BHA, 일하는 자리의 차이

두 성분의 차이는 결국 각질층과 모공이라는, 몸이 서로 다른 두 자리에서 비롯됩니다. 각질층은 물에 녹는 성분만 표면 근처에서 붙잡을 수 있는 촘촘한 구조이고, 모공 통로는 기름으로 채워져 있어서 기름에 녹는 성분만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피부 결이나 칙칙함, 잔주름처럼 표면에 걸친 고민에는 AHA가 먼저 떠오르고, 블랙헤드나 화이트헤드, 뾰루지처럼 모공 안쪽에서 시작되는 고민에는 BHA가 먼저 떠오르는 것입니다. 둘 다 각질을 정리한다는 큰 틀은 같지만, 정리하는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어울리는 고민도 갈라집니다.

피부 타입별 선택 기준

피부가 건조하거나 예민한 편이라면 AHA 중에서도 락틱애씨드처럼 순하고 보습력을 겸비한 성분이 대체로 부담이 적습니다. 글리콜산처럼 분자가 작고 힘이 센 AHA는 자극이 될 수 있어서 저농도부터 시작하는 것이 무난합니다.

기름이 많거나 여드름, 블랙헤드가 잦은 편이라면 BHA가 더 잘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름에 녹는 성질 덕분에 이미 피지가 많은 피부에서 오히려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앞서 설명한 진정 효과까지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꼭 챙겨야 할 점은, AHA를 쓰는 동안에는 자외선에 더 예민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각질층이 얇아지는 시기에는 자외선이 그만큼 더 깊이 닿을 수 있어서, 낮 동안 자외선 차단제를 챙기는 것이 함께 권장됩니다. BHA는 이런 광민감성 경향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각질 관리 성분을 쓰는 동안에는 어느 쪽이든 자외선 차단을 함께 챙기는 것이 안전합니다.

AHA를 4주간 바른 피부는 자외선에 붉어지는 민감도가 18% 올라가고, 자외선으로 생기는 세포 손상은 평균 2배까지 늘었습니다. 다행히 사용을 멈추면 일주일 안에 원래대로 돌아오니, 쓰는 동안 자외선 차단제만 잘 챙기면 됩니다.
AHA를 4주간 바른 피부는 자외선에 붉어지는 민감도가 18% 올라가고, 자외선으로 생기는 세포 손상은 평균 2배까지 늘었습니다. 다행히 사용을 멈추면 일주일 안에 원래대로 돌아오니, 쓰는 동안 자외선 차단제만 잘 챙기면 됩니다.

AHA와 BHA를 같은 날 써도 될까?

AHA와 BHA를 같은 날 함께 바르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둘 다 각질을 정리하는 성분이라 자극이 겹칠 수 있습니다. 각질층을 붙잡아주던 지질과 천연보습인자까지 함께 씻겨 나가면, 피부 장벽이 미처 회복할 틈 없이 붉어지거나 따끔거리는 느낌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두 성분을 함께 쓰고 싶다면 같은 날 밤에 겹치기보다는, 아침과 저녁으로 나누거나 하루씩 번갈아 쓰면서 피부 반응을 지켜보는 방식이 무난합니다. 피부가 이미 두 성분에 익숙해진 경우라면 함께 쓰는 빈도를 서서히 늘려가도 괜찮습니다.

사용 전후 챙길 관리법

각질 관리 성분은 효과만큼 관리도 함께 따라가야 부작용 없이 오래 쓸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챙기는 것이 권장됩니다.

  • 자외선 차단제: AHA를 쓰는 기간에는 자외선 차단이 특히 중요합니다. 각질층이 얇아지는 동안 자외선이 더 깊이 닿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낮은 빈도로 시작하기: 처음에는 주 2회에서 3회 정도로 시작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갑자기 매일 쓰면 피부 장벽이 미처 적응하지 못해 자극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다른 각질 관리 성분과 겹치지 않기: retinol처럼 턴오버를 촉진하는 다른 성분과 같은 날 밤에 함께 쓰는 것은 피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자극이 중첩되면 장벽이 회복할 시간이 부족해지기 때문입니다.
  • 상처나 염증 부위는 피하기: 이미 손상된 피부에 산성 성분을 바르면 자극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손상된 부위는 장벽 기능이 이미 약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 고농도 제품은 사용 전 확인하기: 저농도 국소 제품은 대체로 안전하게 쓰이지만, 살리실산은 아스피린과 같은 계열 성분이라 임신 중이거나 다른 약을 복용 중이라면 고농도 제품 사용 전에 확인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효과는 언제부터 보일까?

피부는 원래 일정한 주기로 각질세포를 새로 만들고 오래된 세포를 떨어뜨리는 턴오버 과정을 반복합니다. 젊은 피부는 이 주기가 대략 4주 안팎이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 주기는 점점 길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AHA와 BHA는 이 턴오버 과정을 살짝 거들어주는 역할입니다. 그래서 꾸준히 사용했을 때 결과가 눈에 보이기까지도 이 주기에 맞춰 시간이 필요합니다. 대체로 4주에서 8주 정도 꾸준히 쓰면 결과가 매끈해지고 톤이 조금씩 밝아지는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하고, 색소나 모공처럼 더 깊은 고민은 12주 정도까지 꾸준히 이어가야 변화가 뚜렷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장 하루이틀 만에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보다는, 턴오버라는 몸의 자연스러운 주기에 맞춰 꾸준히 이어가는 쪽이 오히려 피부에 무리가 적고 결과도 안정적입니다.

References

Korean Dermatological Association,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AAD), and 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 (MF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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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is article

진료하는 미용 의사가 작성했으며 일반적인 교육 목적입니다. 개인별 의학적 조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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